담당 판사 "애플, 특허의 유효성 입증 못했다" 판시
호주 이어 잇단 승전보…다른 소송에 영향 줄 듯


애플과 생사를 건 치열한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중요한 승리를 거뒀다.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루시 고(한국명 고혜란) 판사는 2일(현지시간) 애플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모델 3종과 태블릿PC 갤럭시탭 10.1의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루시 고 판사는 결정문에서 애플이 삼성전자가 아이패드의 일부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을 입증했지만 삼성전자의 반론에 맞서 특허의 유효성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고 판시했다.

고 판사는 이어 애플이 특허를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제품이 애플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irreparable harm)를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고 판사는 특히 이번 결정은 양사가 전 세계 10개국에서 20건이 넘는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애플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비록 가처분 결정이지만 세계 최대 전자기기 시장인 미국에서 애플의 특허가 인정받지 못한 것이어서 세계 곳곳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맞서고 있는 다른 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네덜란드와 독일 법원 등에서 잇따라 패해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삼성전자로서는 지난달 호주에서 승소해 분위기를 반전시킨 데 이어 이번에 미국에서도 승리함에 따라 앞으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호주 연방항소법원은 지난달 30일 갤럭시탭 10.1을 호주에서 팔지 못하게 했던 1심 법원 판결을 만장일치로 뒤집고 "애플이 자사 특허를 침해당했다는 논리가 빈약하다"면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크리스토퍼 카라니 미국변호사협회 디자인권리위원장은 최근 발간한 'BNA 특허·상표·저작권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루시 고 판사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가 원천적으로 무효일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했다고 전해 삼성전자의 승소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애플은 지난 4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갤럭시 시리즈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노예처럼" 베꼈다고 주장하면서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결정에 대해 애플 대변인은 "삼성전자의 노골적인 모방은 잘못된 것"이라는 종전의 코멘트를 되풀이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이번 결정은 애플이 주장하는 것이 타당성이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며, 특히 애플 디자인 특허의 유효성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한 삼성의 주장을 인정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상수 특파원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