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종사자는 지식보다 윤리의식이 더 중요"
“직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은퇴 설계를 시작해야 합니다. 평소에 안정적인 자금 계획을 갖고 있지 못하면 경기 변동에 민감해지고 초조한 인생을 살 수밖에 없어요.”

윤병철 한국FP협회장(사진)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 어느 때보다 재무설계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우선 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은행 예금 금리만으로는 미래에 대비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또 지금의 경기침체가 3~4년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재정적인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라고 진단했다.

윤 회장은 “고금리 시대인 외환위기 이전에는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더 이상은 통용되지 않는 방법”이라며 “비록 위험성이 높고 다양한 상품을 골라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금은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대 수익률을 6% 선, 많아도 7~8% 정도 잡고 장기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짠 뒤 경기 상황을 봐가며 조정할 것을 권유했다.

윤 회장은 재무설계를 건강진단에 비유했다. 그는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으면 병을 치료가 가능한 초기에 발견할 수도 있고 미리미리 대비할 수 있다”며 “재무설계도 마찬가지로 가계나 개인의 경제를 건강하게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상품의 종류가 워낙 많고 잘못된 지식으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웬만해서는 혼자 힘으로 계획을 짜기가 쉽지 않다”며 “개인의 소득과 연령, 가족상황 등의 개별적인 재무상황과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계획을 세워주는 재무설계사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파이낸셜 플래닝(FP)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자격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FP협회는 3일부터 이틀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재무설계 전문가 1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FP콘퍼런스를 열고 전문성과 윤리성을 다질 계획이다.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는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미국의 유력 금융잡지 배론스가 선정한 100인의 독립FP로 뽑힌 그레고시 설리반 해리스 SBSB 대표 등이 기조연설을 하는 등 FP와 관련된 31개 강좌가 열린다.

윤 회장은 “재무설계사들이 예전에는 금융상품만 알면 됐지만 지금은 강한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고객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콘퍼런스를 통해 역량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