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지휘권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에 집단행동까지 하며 반발한 일선 경찰들이 검찰 비리 수사권만 준다면 국무총리실 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반면 검찰은 지난 6~7월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집단행동으로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 아래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일선 경찰과 시민 등 150명은 충북 청원군 강내면 석화리충청풋살체육공원에서 25일 저녁부터 26일 오전까지 벌인 밤샘 토론에서 “검사의 비리를 경찰이 수사하는 내용이 포함된다면 수용하겠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찰의 내사 권한을 축소하는 입법예고 내용을 받아들이는 대신 검찰에 대한 견제 권한을 얻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총리실이 최근 입법예고한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은 제74조에서 공무원 범죄는 수사 개시와 동시에 검찰에 보고하도록 하는 의무를 경찰에 부여해 검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총리실의 조정에 앞서 검찰과 법무부는 사안의 심각성과 국민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해 공무원 관련 범죄 등은 검찰이 수사 초기부터 사건을 지휘해야 한다는 내용을 초안에 담았다. 이에 비해 경찰은 특정 사건에 전·현직 검사 및 검찰청 공무원이 포함돼 있으면 경찰이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초안에 담아 총리실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이 경찰의 모든 수사를 지휘하지만 자세한 사항은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수사권 조정 절충안이 통과된 후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 사퇴 등 집단 반발에 나섰던 검찰은 이번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시 홍만표 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을 시작으로 대검 검사장들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줄사표’ 바람이 검찰총장의 중도 퇴임으로 이어졌고, 일선 검사들이 평검사회의를 여는 등 집단행동을 벌였으나 이에 대한 여론은 싸늘했었다. 대검찰청은 최근 경찰들의 집단 움직임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언급할 이유가 없다”며 의견 표명을 자제하기도 했다.

한 검사는 “지난 6~7월 검찰의 집단 움직임으로 ‘검찰이 밥그릇 싸움에 나섰다’는 비난을 샀던 일을 돌아볼 때 집단행동이 별 실익이 없으니 자제하자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간부급 검사는 “국무총리실 조정안이 도출됐으니 절차상 받아들여야 한다는 판단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고,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이고운/김선주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