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는 살아있다] 한식 세계화 한다면서 전통방식은 불가?
CJ제일제당은 전국 각지의 식품 명장을 발굴해 이들이 만든 전통음식을 상품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예상치 못했던 난관에 부딪쳤다.

이 회사가 기획한 첫 번째 상품은 전통된장.볏짚을 이용해 자연 발효한 메주를 숙성시킨 후 열처리 공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가공하는 재래식 된장이다.

상품 개발에 걸림돌이 된 것은 식품위생법을 근거로 식품의 기준과 규격을 정하고 있는 ‘식품공전’상의 미생물 관련 기준이었다. 장(醬)류에선 병원성 미생물의 일종인 ‘바실러스 세레우스’(BC)가 당 1만마리 이상 검출돼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BC는 토양 하수 먼지 등 자연상태에 널리 퍼져 있는 병원성 미생물로, 소량은 섭취해도 괜찮지만 당 10만마리를 넘으면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열처리 과정 없이 전통 방식으로 장류를 만들면 기준을 맞추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식품공업협회는 식품업계의 애로를 토대로 BC 기준을 현실에 맞게 완화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식품업계는 정부가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 장류 수출을 적극 독려하고 있는 점에서 관련 규제 완화를 희망하고 있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대다수 해외 국가에서는 BC 관련 규정을 단순 권고사항으로만 적용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전통식품의 특성을 감안해 예외 규정을 적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