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2년 끌어온 출연硏 개편, 부처이기주의로 '좌초'
[STRONG KOREA] 2년 끌어온 출연硏 개편, 부처이기주의로 '좌초'
2년 넘게 끌어온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소속 개편 작업이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무산됐다.

27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따르면 교과부와 지식경제부로 소속이 나뉘어 있는 출연연을 국과위로 이관하는 방안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교과부와 지경부에는 각각 13개와 14개의 출연연이 소속돼 있다.

기획재정부 교과부 지경부 등 각 부 장관은 최근 세 차례 회의를 열고 이견을 좁혀왔으나 지경부 장관이 교체되는 바람에 논의가 중단됐다. 국과위 등은 아직 다음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김차동 국과위 1상임위원(차관)은 “(지경부에) 새 장관이 부임해 그동안 이어온 논의를 진행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진행돼 온 출연연 개편 작업은 부처 이기주의의 ‘결정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과학기술부가 해체되면서 출연연은 교과부와 지경부로 소속이 분산됐다.

그러나 연구·개발(R&D)의 효율과 연구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중복과제가 횡행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2009년부터 구조개편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출연연발전민간협의회(회장 윤종용)가 수개월 동안 연구현장 실사를 통해 출연연 구조개편안을 내놨다. 이 안의 골자는 분산돼 있는 출연연을 국가연구개발원(가칭)으로 일원화하고 예산 배분조정 권한을 부여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교과부 지경부 등 부처의 반대가 심해 출연연 일원화 방안은 실현되지 못했고 대신 비상설 자문기구이던 국과위를 상설화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현재 국과위가 탄생했다. 본래 목적(출연연 일원화)은 달성하지도 못한 채 기능이 불완전한 부처 하나만 더 신설한 셈이다.

이런 지적에 따라 국과위는 출범 후 연구성과평가관리법 개정 등을 통해 재정부가 갖고 있던 정부 부처 R&D의 상위평가 권한을 이관받았다. 그러나 과학기술계 현장에서 출연연 일원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져 국과위가 관련 부처를 상대로 ‘끝장’ 논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중경 전 지경부 장관은 퇴임 직전까지 완강히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지경부는 “국과위가 출연연을 산하에 두게 되면 연구과제 발주와 평가 권한을 모두 독점하게 되는 폐단이 생긴다”는 것을 반대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김도연 국과위원장은 “출연연 성과 평가 과제를 국과위가 포기하겠다는 제안까지 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출연연 구조는 상당히 기형적이다. 예를 들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교과부 소속이지만 전체 연구과제 중 지경부가 발주한 것이 절반을 넘는다. 마찬가지로 한국화학연구원은 지경부 소속이지만 기초연구기관 특성상 교과부 과제가 많다. 부처를 돌며 수탁과제를 따내 인건비를 자력으로 충당하는 일명 ‘앵벌이’인 개인수탁과제(PBS)가 출연연 과제의 대부분임을 감안하면 연구환경이 불안정한 셈이다.


◆ 출연硏 개편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로 소속이 나뉜 27개 정부출연 연구기관 대부분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로 통합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다. 기초과학 분야 연구·개발(R&D)을 맡고 있는 출연연들의 주무 부처가 달라 일관된 국가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비판에 따라 개편작업이 시작되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