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17일 10년물 국채를 연 7%에 육박하는 금리로 발행했음에도 목표량을 채우지 못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국채 금리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각국 정부는 위기 진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이들의 노력이 시장에서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스페인 총선 앞두고 불안감 고조

스페인의 이날 10년물 국채 발행 금리는 연 6.975%였다. 국채 금리 7%는 시장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저항선'이라 불린다. 지난해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이 국채 금리가 연 7%가 넘어간 후 구제금융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지난달 10년물 국채를 연 5.43%에 발행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금리가 1.5%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스페인은 이번에 7%에 육박하는 금리를 주고도 발행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스페인은 당초 40억유로어치의 국채를 발행하려 했지만 35억6000만유로어치를 발행하는 데 그쳤다.

세르칸 에라스란 베스트도이체란데스방크 애널리스트는 "20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정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게 스페인 국채 투자를 꺼리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국채 발행 미달 사태는 유로존을 둘러싼 암울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이 예상보다 높은 금리로 신규 국채를 발행하며 기존 10년물 금리도 뛰고 있다. 이날 장중 한때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6.75%까지 상승해 전날 금리(연 6.464%)에 비해 0.3%포인트 정도 올랐다.

미건 그린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스페인은 은행권이 부실하고 성장률이 정체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탈리아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BC는 스페인 국채 금리가 조만간 연 7%를 돌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로렌스 분 메릴린치 수석이코노미스는 "스페인이 처한 상황은 혼자서 극복할 수 없다"며 "유로존 차원의 처방전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프랑스는 이날 2년물,4년물 국채를 총 69억8000만유로어치 발행하는데 성공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2년물은 연 1.85%,5년물은 연 2.44% 금리로 발행했는데,이는 전달보다 각각 0.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날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와 독일 국채 금리 차는 장중 2%포인트 이상 벌어져 유로존 출범 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 그리스 새 정부 들어섰지만

또 다른 재정위기국인 이탈리아는 16일 새 내각 구성을 완료했다. 마리오 몬티 신임 총리가 재무장관을 겸임하고 정치인을 배제한 전문가 중심으로 내각을 꾸렸다.

몬티 총리는 17일 "유로화의 미래는 이탈리아에 달려있다"며 "탈세와의 전쟁,연금제도 개혁,부동산세 도입 등을 통해 긴축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가 유럽의 약한 고리가 돼 있는 현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장중 7.2%대에 진입하는 등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는 이날 "이탈리아 채권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채권을 추가 매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역시 16일 루카스 파파데모스 신임 총리가 의회 신임투표를 통과했지만 17일 국채 금리는 장중 연 33.24%를 기록했다. 파트리크 레그랑 소시에테제네랄 리서치 부문 대표는 "유로존 전체에 국채 금리 상승,은행 유동성 부족,시장의 공포 등 악재가 겹쳐 있다"고 진단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