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 개정 놓고 회원국 사이 이견·갈등 심화

유럽연합(EU)이 경제난 극복과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EU 조약을 수정하는 문제를 놓고 극심한 분열상을 드러내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단결을 강화해야 한다며 조약 개정을 적극 주장하고 있지만, 유로화 미사용국인 영국뿐 아니라 유로존 내부에서도 조약 개정을 꺼리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는 것.
로이터 통신은 EU 헌법이라 할 수 있는 마스트리흐트 조약과 리스본 조약이 성립되기까지 지난했던 과정을 생각할 때 EU 조약의 개정은 "'판도라 상자'를 다시 열어보려는 행위"라고 16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유럽의회에서 "조약 개정작업이 이뤄진다면 더욱 강력한 EU를 위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 자신을 속이지 말자. 조약 개정은 현재 위기에 대한 즉각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조약 개정에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개정 대상과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려는 사전 논의도 없이 개정작업에 착수할 경우 모든 조항이 협상 대상이 돼 혼란만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롬푀이 상임의장은 이 때문에 내달 9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잠정적 보고서를 발표한 뒤 내년 3월에 최종평가를 내리는 방식을 제안하면서 개정작업 절차를 구체화할 것을 주문했다.

아일랜드는 지난 2008년 6월 국민투표에서 리스본 조약 비준동의안을 부결, 조약 발효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됐었던 전례가 있기에 조약 개정에 더욱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아일랜드의 엔다 케니 총리는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 "조약을 대거 바꾸는 작업은 반드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케니 총리는 회담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위기는 (조약 개정보다는) 단기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닉 클레그 부총리도 지난주 브뤼셀을 방문해 "테이블에 모여 앉아 (조약 개정을) 고민하면 끝없는 자기반성에 빠지게 될 뿐"이라며 조약 개정이 현 상황을 타개하는 데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지적했다.

그밖에 핀란드, 네덜란드, 슬로바키아, 체코, 슬로베니아 등도 위기 타개 방편으로 리스본 조약을 개정하는 것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