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특허라도 사용자가 먼저 협상 나섰어야"

독일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침해 소송 과정에서 재판부가 삼성전자에 유리한 판례를 언급하며 애플이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업계와 해외 IT매체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독일 만하임지방법원에서 열린 양사의 특허침해 본안 소송에서 재판부는 표준특허 소유자가 특허 사용자에게 제기해 승소한 과거 판례를 언급했다.

주로 디자인이나 사용자인터페이스(UI) 관련 특허로 삼성을 압박해온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통신표준특허를 무기로 애플을 상대해온 만큼 재판부의 이번 언급은 삼성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문제가 된 특허가 표준특허라는 이유로 네덜란드에서 애플을 상대로 건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고배를 마신 삼성전자가 독일에서는 승소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표준특허는 프랜드(FRAND) 방식에 따라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취지로 삼성전자의 판매금지 가처분을 기각한 네덜란드 법원과 달리, 독일 법원은 프랜드를 적용하더라도 특허 사용자인 애플이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섰어야 했다는 취지로 이번 표준특허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가 언급한 판례는 1989년 필립스가 '오렌지북'이라는 CR롬 관련 표준특허로 독일연방법원에서 독일의 SK카세텐(SK Kassetten)에 승소한 사례다.

애플은 그동안 표준특허는 프랜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소송을 제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오렌지북 판례에 따르면 표준특허인 경우라도 특허 사용자가 소유자에게 먼저 사용권을 요청하고 적절한 사용료를 지급하거나 사전 예치하는 경우에만 판매금지를 피할 수 있다.

독일의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안 뮐러도 자신의 특허 전문 블로그 '포스 페이턴츠'를 통해 "재판부가 '오렌지북' 판례를 예시하며 표준특허가 필요한 회사는 사용권을 얻어야 할 책임과 소유자에게 사용료를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 신제품인 '아이폰4S'는 제외돼야 한다는 애플 측의 주장과 달리 판사는 같은 특허가 적용된 제품은 모두 이번 판결의 대상이라고 단언해 아이폰4S를 비롯한 애플의 주요 제품이 모두 판매금지가 될 위험에 처했다.

양사는 다음 달 23일까지 재판부에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게 되며, 이날 소송에서 다뤄진 2건의 특허는 내년 1월 20일과 27일에 판결이 내려진다.

또 이보다 앞서 심리를 진행한 삼성의 또 다른 특허 관련 판결은 다음 달 16일로 예정됐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