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이 저를 살려 줬다" 입장 밝혀
경찰, 김씨 회사문밖 나서자 체포영장 집행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해 영도조선소 내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벌여온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10일 오후 농성을 풀었다.

지난 1월6일 크레인에 올라간지 309일 만이다.

309일간 고공농성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는 기록이다.

김씨는 이날 노사의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무투표로 가결되자 오후 3시20분께 그동안 농성을 벌인 영도조선소 3도크 옆 높이 35m의 85호 크레인에 내려왔다.

그는 땅에 발을 딛자마자 "309일만에 사람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네"라며 활짝 웃었다.

노조는 이날 김 지도위원의 농성 해제에 맞춰 크레인 밑에서 간단한 환영행사를 열었다.

김 지도위원은 환영행사가 끝난 뒤 한진중공업 신관 앞에서 그동안의 농성과정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살아 내려올 수 있을 줄 알았다"며 "여러분과 조합원에 대한 믿음을 한시도 버리지 않았다.

여러분이 저를 살려주셨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이어 울먹이고 있던 배우 김여진씨 등과 얼싸안고 서로 위로했다.

그러나 김 지도위원 본인은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거나 팔로 '하트' 모양을 하는 등 시종일관 의연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줬다.

경찰은 김 지도위원이 소견발표후 회사 문밖을 나설때 이미 발부된 체포영장을 집행, 신병을 확보했다.

김 지도위원은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건강진단을 위해 병원 구급차량을 타고 동아대병원에 입원했다.

경찰은 김 지도위원의 건강상태를 확인한후 몸 상태가 좋아지면 건조물 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한진중공업 전신인 조선공사의 해고 노동자 출신인 김 지도위원은 지난해 12월15일 사측이 생산직 근로자 400명에 대한 해고계획서를 노조에 통보한 뒤 노사 갈등이 표면화되자 보름여 뒤인 지난 1월6일 오전 6시 기습적으로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에 들어갔다.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김선호 기자 ljm703@yna.co.krw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