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지 안전하다더니 10곳 중 3곳 침출수 '줄줄'
지난해 구제역에 걸린 가축을 묻은 전국의 매몰지에서 토양 및 수질 오염을 일으키는 침출수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정부가 가축 매몰지에서 침출수 유출이나 이로 인한 환경오염 등 영향이 없다고 한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그동안 침출수 유출 사실을 숨겨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은 2012년 예산안 검토보고서에서 환경부의 '2011년도 가축 매몰지 침출수 환경영향조사 결과자료'를 인용해 "올 3분기에 가축 매몰지 300개소 중 3분이 1이 넘는 105개소에서 침출수 유출이 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특히 이번 조사는 환경부가 전국의 매몰지 4799개소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 아니라 샘플 300군데를 조사한 것이어서 전수조사를 할 경우 침출수 유출 매몰지는 더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환경부는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 매몰지 주변의 2차 환경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유출 우려가 제기된 매몰지를 비롯해 하천 인근에 조성된 매몰지,대규모 매몰지 등 300개소를 선정하고 한국환경공단에 의뢰해 분기마다 침출수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해왔다.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높은 곳은 지난 1분기 26개소에서 2분기 78개소,3분기 105개소로 증가했다. 게다가 지속관찰이 필요한 곳도 1분기 81개소,2분기 66개소,3분기 46개소 등으로 집계돼 3분기에만 전체의 절반가량에서 침출수가 유출되거나 유출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지난 2분기 7917개 매몰지 주변 지하수관정의 수질오염 조사에서도 31.8%인 2519개소에서 수질이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침출수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축산폐수,비료,퇴비 등에 의한 질산성 및 암모니아성 질소 등에 따른 것이지 침출수로 인한 영향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환경부는 또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높은 매몰지에 대해선 지난달 24일 침출수 양수 처리와 매몰지 이설 등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고 매몰지 측정과 토양 · 매립가스 · 지하수수질 조사 등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환노위는 "정밀조사는 침출수 발생특성 파악,지하수 흐름방향 및 이동속도 산출을 통한 유동범위를 검토하고 가축 매몰지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3분기 침출수 유출 105개소,지속관찰필요 46개소를 보면 향후 정밀조사수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염소이온,암모니아성 및 질산성 질소 등의 항목을 조사한 결과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높은 곳이지 침출수가 유출됐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며 "최종 결과는 종합조사가 완료되는 내년 2월께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내용은 올 상반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침출수 유출 가능 매몰지를 추정한 것"이라며 "실제 3분기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높은 매몰지는 84개소"라고 설명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