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내가 꿈꾸는 소통
필자는 주말에 후배 등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지만 서로의 일정을 맞추는 것이 녹록지 않아 함께할 기회를 자주 갖지는 못하고 있다. 이들과 산을 함께 오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덧 정상에 올라 준비해 온 막걸리를 한 잔씩 나누는 즐거움이 아주 쏠쏠하다. 최근 경기도에 있는 산을 함께 오르다가 "말로서 말이 많으니 말 말까 하노라"라고 말을 경계하는 경구의 시조가 적힌 푯말을 보고 발을 멈추고 올바른 소통이 무엇일까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필자는 어릴 적부터 말은 천금과 같이 진중하게 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아왔다.

하지만 말 아끼는 풍조가 조직에 퍼져 있으면 경영자 입장에서 속사정을 파악하기 힘들다. '언즉손(言卽損)'이라고 했던가. 학자들은 이를 '조직의 침묵화'라 부르는데 이런 현상은 창의성 상실은 물론 합리적 의사결정마저 어렵게 만든다. 직원들에게 자유로운 의사교환은 물론 함께 어울리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필자 주도로 사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판을 만들 당시 익명성에 기댄 악플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높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유머 · 공연 · 맛집 등 유용한 정보는 물론 금융지원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는 건전한 소통의 장으로 정착했다.

아울러 눈치보기식의 의사결정 구조도 문제다. 이런 상황 아래에서는 막상 일이 잘못되고 나면 '내 이럴 줄 알았다'며 오리발을 내미는 식의 부작용이 종종 발생한다. 이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회의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고,토론방식으로 경영전략회의 진행방식을 과감히 바꿨다. 듣는 사람이 해석해 알아들어야 하는 한국인 특유의 화법과 상하관계에 얽매인 소통이 종종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이에 서로 간의 명확한 의사전달과 정보공유를 위해 인트라넷,전화 및 문자메시지를 통한 직접적 의사소통을 장려하고 답장 보내기 등 쌍방향 소통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필자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젊은 세대와의 소통이다.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소통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소셜 웹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격히 진화하고 있으며 그 효과는 이번 선거에서 여실히 입증됐다. 자녀들과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을 통해 종종 대화를 주고받긴 하지만 어느덧 기성세대에 속해서인지 함께 운동하거나 여행을 하면서 나누는 몇 마디의 대화가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가끔 직원들과 호프데이를 열어 같이 생맥주도 마시고 둘레길도 다니곤 했다.

소통은 경영자의 최고 덕목 중 하나다. 올초 취임 이후 소통을 제1의 경영철학으로 내걸고 다양한 채널로 접근해 왔다. 그래서인지 말문이 많이 트였고,조직의 응집력도 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소통의 본질은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고,서로에 대한 인정이자 지지라고 본다. 그렇기에 일방에서 흘러가는 소통보다 몇 배의 노력이 들더라도 양측에서 막힘없이 흘러가는 소통을 꿈꾸어 본다.

김용환 < 한국수출입은행장 yong1148@koreaexim.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