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일자리 생기는 곳이 땅 투자 유망 지역”
“기획부동산에 속아 맹지(盲地)를 사들이는 낭패를 겪지 않으려면 반드시 진입로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토지 컨설팅업체 ‘이루고자산관리’의 차민기 대표(49·사진)는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쓸모 없는 땅에 대한 투자를 부추기는 기획부동산이 전국적으로 창궐하고 있어 일반인들이 현혹되는 사례가 많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차 대표는 무엇보다 해당 토지의 등기권리증을 살펴볼 때 개별등기인지, 단독등기인지 구별하는 요령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획부동산이 매도하는 대부분 토지는 공유지분 형태여서 토지 구매자의 완전한 소유로 돼 있는 단독등기가 아니라 지분별로 10분의 1이나 20분의 1 등으로 표기한 개별등기로 나 있게 마련”이라며 “투자자들이 이 같은 차이점만 구분할 줄 알아도 기획부동산들의 꼼수에 넘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단독등기 확인하라

흔히 토지 시장에서는 현황 도로 등 큰 도로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진입로가 없는 임야 등을 맹지로 꼽는다. 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땅값도 싸다. 기획부동산들은 주로 이런 땅을 싸게 사들여 도면에 임의로 진입로 등 사도(私道)를 그어 놓고 토지가 구획된 것처럼 속여 비싸게 되판다.

차 대표는 “기획부동산이 파는 땅들은 대부분 정식으로 분할된 토지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토지는 공유지분으로 묶여 있다”며 “도면상에는 분명 분할 필지처럼 보이지만 모두 공유지분으로 돼 있어 나중에 되팔려면 모든 구매자의 동의가 필요해 사실상 매매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차 대표는 토지 실전투자의 고수로 꼽힌다. 원래 지역조합아파트와 오피스텔 분양대행 등 업무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토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평창 휘닉스파크 개발이 추진 중이던 1988년 무렵에는 당시 시행사였던 중앙개발의 의뢰로 현장에서 토지를 사들이는 작업에 직접 관여했다. 서산 당진 등 각종 개발지역의 토지 투자를 통해 상당한 재미를 봤다. 여느 투자 고수 못지 않게 기획부동산 등을 비롯한 이른바 ‘바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배경이다.

◆기초상식 없는 투자는 위험

그는 요즘 서울 서초동 자산관리 교육센터인 ‘강남랜드 스터디’에서 토지 투자 분야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온몸으로 습득한 올바른 토지 투자 요령을 전수하기 위해서다.

수강생들에게 그는 ‘흙’과 ‘땅’부터 구분하라고 조언한다. 농사밖에 지을 수 없는 절대농지 등은 투자 가치가 떨어지는 단순한 흙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관리지역 세분화에 따라 계획관리지역에 포함돼 통상 4~5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곳을 실질적인 투자 대상인 땅으로 부른다.

그는 수강생들에게 “땅 투자에 앞서 기초적인 지식과 발품이 필요하다”는 충고도 빼놓지 않는다. 시·군·구청을 통해 토지계획확인원을 비롯해 지적도, 임야도, 토지대장, 임야대장, 등기부등본, 건축물관리대장 등 기본적인 현황 자료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 대표는 “기본적인 토지 관련 서류에 나온 내용만 정확히 파악해도 최소한 그릇된 정보에 속는 피해를 충분히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창출 가능한 땅 노려라

새로 뚫리는 길을 따라 주변 땅에 투자하는 일반적인 방식보다 ‘고용 창출’이 이뤄지는 지역에 무게를 두는 것도 그가 강조하는 토지 투자의 원칙이다. 그중에서도 연봉 5000만원에서 8000만원 사이의 상대적으로 우량한 정규직이 근무할 만한 지역을 우선으로 꼽는다.

차 대표는 “교통 인프라가 갖춰진 것만으로 땅값이 오르는 시대는 지났다”며 “대기업이 투자해 대규모 고용 창출이 가능한 지역이 가장 유망한 알짜 투자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수천명 이상의 인력 고용이 필요한 조선소 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전남 해남군 화원면 등 서남해안벨트 등을 주요 투자처로 꼽는다.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소 신설을 추진 중인데, 공사가 끝나면 대규모 인규 유입에 따른 지가 상승 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투자 종목에 따라 중요하게 봐야 하는 가치도 따로 따로 제시했다. 경매는 최초 감정가 등 ‘과거 가치’를, 주택(아파트)은 인구·교통·편의시설 등 ‘현재 가치’를, 토지는 향후 개발계획 등을 중시하는 ‘미래 가치’를 고려해 투자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