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외도' 끝?…공매도 커버 4조 유입 기대
외국인이 돌아왔다. 외국인은 최근 단기 급등 후유증으로 상승 탄력을 잃은 증시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일 0.60포인트(0.03%) 오른 1909.63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17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강보합세를 지켜냈다. 기관은 65억원어치를 사들인 반면 개인은 15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유럽 문제 등이 여전히 잠복해 있는 점을 들어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국내 증시에 복귀한 것으로 단정하긴 이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매도 공세를 멈춘 만큼 증시 수급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3개월 만에 순매수 전환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60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월간 기준으로 3개월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 우려감이 증폭되기 전인 7월(1조3949억원)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한국 등 신흥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태도 변화는 글로벌 자금 흐름에서도 감지된다. 현대증권과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달 20~26일 한 주간 신흥시장 4개 펀드군으로 10억10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2주 연속 순유입으로 전주(10월13~19일)의 6억6500만달러에 비해 규모도 커졌다. 한국 관련 4개 펀드에는 17억2100만달러의 자금이 들어와 2주째 순유입세를 기록했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 완화로 국내 증시에서 글로벌 자금이 이탈하는 현상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에 치명상을 안긴 유럽계 자금의 엑소더스(탈출)도 일단 진정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5조7905억원에 달했던 유럽계 자금 이탈 규모는 9월 1조3165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10월엔 3892억원으로 축소됐다.

외국인이 활발하게 순매수에 나설 것으로 예단하기엔 대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들이 국내 증시에 본격 복귀하려면 유럽 은행의 자본 확충 및 자산 매입 방안의 윤곽이 나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럽위기가 진정될 경우 외국인이 눈여겨볼 시장으로는 한국과 중국 증시가 꼽힌다. 유동성이 풍부해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데다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위기 해결 과정에서 늘어난 유동성을 감안할 때 외국인이 갈 곳은 한국과 중국뿐"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종목에 관심 집중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공매도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큰 대차거래가 많았던 종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8,9월 나타난 외국인의 집중 매도는 대차거래 잔액이 함께 늘었다는 점에서 공매도일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에선 주가 안정을 위해 제한했지만 조세회피지역 등에서 얼마든지 공매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증권은 국내 상장 주식의 대차잔액을 기준으로 쇼트커버링 매수 규모는 1조여원에서 최대 4조여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외국인은 8,9월 과매도했던 우량주를 매수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날은 SK텔레콤 호남석유 LG화학 고려아연 등을 사들였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NHN SK이노베이션 GS건설 현대글로비스 삼성중공업 LG전자 우리금융 한화케미칼 삼성물산 등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팔았던 종목에 다시 매수세가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 대차거래

주식을 장기로 보유하는 기관이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빌리는 사람은 약속된 기한 내에 주식을 돌려줘야 한다.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 전략을 구사하는 외국인이 대차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