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6년 전 여의도의 한 증권사에 입사한 30대 직장인 이상현(35ㆍ가명) 과장은 7월말 그리스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3년 만에 원금을 회복한 펀드수익률이 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자 망연자실했다. 그에겐 소위 '잃어버린 3년'이었다. 특히 장기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고 한다.

"한푼두푼 모아 쌈짓돈을 만들어 간접투자 방식으로 장기투자했지만, 3년 동안 저금리 은행 이자조차 챙기지 못했어요. 계속 주식형펀드에 돈을 넣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이 많습니다. 3~5% 정도라도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금융상품을 찾고 싶어요. 불투명한 경제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늘 불안합니다."

#사례2. 투자경력 10년째인 40대 한 전업투자자인 남주성(가명)씨는 최근 유럽발(發) 경제위기로 인해 코스피 지수가 하루 최대 10% 가까운 변동성을 보이자 그간 보유해 오던 주식을 매도한 뒤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한 변동성 매매 플레이에 돌입했다. 약 1~3%의 안정적인 투자이익을 겨냥한 매매에 나선 것이다.

"지난 8월초 이후 지수가 갭하락 또는 갭상승하고 나면 코덱스(KODEX)200이나 코덱스 인버스를 매수한 뒤 변동성이 줄어들면 되파는 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어요. 큰 돈은 벌 지 못하지만 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거나, 큰 폭으로 뛰었을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의외로 많더라구요. 이러한 매매방식을 응용해 장막판에 코덱스200과 코덱스인버스를 동시에 나눠 매수해 두면 다음날 지수가 급등락했을 때 또 다른 수익의 기회가 잡을 수도 있어요. 투자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나름의 '헤지 매매'죠."

아직까지 국내엔 도입되지 않은 헤지펀드가 이러한 '절대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줄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올초 시장참여자들의 뜨거운 인기를 한 몸에 받은 '자문형 랩'이 헤지펀드의 전신(前身)이란 얘기도 한다. 소수의 매니저들이 다양한 기법으로 자유롭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60년 역사의 헤지펀드, 왜 투자해야 하나?

헤지펀드에 왜 투자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투자 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확률을 좀 더 높이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은다. 직접매매와 간접투자상품(펀드), 파생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 주가연계증권(ELS), 주식워런트증권(ELW), 국고채 및 회사채와 외환, 실물자산 등 이외에 헤지펀드가 또 다른 투자 포트폴리오로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해외에선 이미 60여년의 역사를 가진 헤지펀드의 운용전략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대표 운용전략으로 꼽히는 '롱-숏 전략'(Long-Short Equity)을 필두로 인수ㆍ합병(M&A) 등이 벌어질 때 차익을 노리는 이벤트 드리븐 전략, '선물시장을 주무른다'는 뜻을 가진 선물 운용전략(Managed Futures), 전환사채(CB) 차익거래 전략, 부실채권 투자전략, 글로벌 매크로 지표를 활용한 전략, 신흥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기법, 시장중립형 투자전략 등이 그것이다.

롱-숏 전략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섹터(업종)를 찾아 그 안에서 저평가된 주식들을 매입(Long Position)하는 동시에 사양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큰 기업들을 골라 펀더멘털(기업가치)이 약한 종목들을 공매도(Short Position)해 투자 이익을 극대화시키려는 매매기법이다.

영국의 시장조사 기관인 인터내셔널파이낸셜서비스런던(IFSL, 런던국제금융서비스협회)에 따르면 전세계 헤지펀드 관련 현황 집계를 개시한 1998년 이후부터 2009년까지 12년 동안 단 한해(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제외한 11년간 '플러스 수익률'을 올렸다.

헤지펀드는 올해 유럽발(發) 재정위기 직전인 지난 7월 중순에도 이탈리아를 공격 대상으로 겨냥, 전세계에 그들의 '정보력'을 과시했다.

당시 삼성증권은 '한 여름 모기 같은 헤지펀드, 전략은 속전속결'이란 분석보고서에서 "PIGS 국가(재정 위기와 국가채무에 시달리고 있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유럽 국가) 중 가장 거물인 이탈리아 국채가 급락(금리 상승)하면서 헤지펀드의 공매도가 채권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며 "헤지펀드는 위험 중립적인 롱-숏 전략을 통해 무위험에 가까운 안정적인 이익을 노리면서도 시장의 불균형이 생기거나 틈이 보이면 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이득을 챙긴다"고 분석했다.

◆'한국형 헤지펀드' 연내 도입 초읽기…투자 시 최우선 고려 사항은?

이제 2008년 금융위기 탓에 수년간 도입이 좌절된 '토종 1호' 헤지펀드(Hedge Fund)를 올해 안에 구경할 수 있게 됐다.

헤지펀드 설립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령'이 9월말 국무회의를 거쳐 모든 행정절차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헤지펀드의 레버리지(차입)를 책임질 프라임 브로커(Prime Broker)사업 역시 투자은행(IB)이 되기 위한 대형 증권사들의 빠른 업무 준비(자본금 확충, IT 인프라 정비)로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본래 운용상 특별한 규제가 없는 글로벌 헤지펀드와 달리 '한국형 헤지펀드'는 운용업자 범위, 시스템 리스크 방지, 광고규제에 이르기까지 직·간접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안전장치'를 대거 마련해뒀다. 또 개인투자자들보다 기관투자자들의 헤지펀드 투자비중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펀드 운용이 투명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앞으로 헤지펀드에 돈을 맡기려는 투자자는 '운용자 리스크'를 최우선적으로 경계해야만 한다. 2008년말 미국의 버나드 메이도프(Bernard Madoff)라는 거대한 금융 사기범이 등장하면서 헤지펀드 업계는 거센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버니 매도프'라고도 불리던 그는 당시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이었지만, FBI에 의해 일종의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세계에 큰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경험이 풍부하고 믿을 수 있는 헤지펀드 매니저를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헤지펀드 매니저는 도덕성과 더불어 일반 주식형펀드 매니저에 비해 공격적인 운용방식을 선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금융당국 역시 헤지펀드 설립 요건인 전문인력 부분의 규제를 매우 까다롭게 만들어놨다. '2년 이상 국내외 헤지펀드 운용경력자', '해외 공인된 헤지펀드 전문인력 양성기관 교육 프로그램 수료자' 등이 포함돼야 헤지펀드 설립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또 설립 허가 시 별도로 금융위원회가 헤지펀드 매니저를 직접 면접(인터뷰)해 평가할 계획이다.

◆좋은 헤지펀드 선택하려면?…환매 중요 시 'FoHF'에 주목해야

그렇다면 헤지펀드는 어떻게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헤지펀드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돈을 맡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절대수익'을 추구하지만, 새로 열리는 시장인데다 운용상 시행착오를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해 그 만큼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점을 우려해 비교적 자신이 많은 투자자(금융자산 5억원 이상)들을 상대로 우선 투자할 수 있게 제한을 뒀다.

개인투자자들은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포기해야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이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헤지펀드에 오랫동안 투자해온 기관투자자들 중에서 헤지펀드를 선택하는 노하우를 쌓은 사람들이 많다. '좋은 헤지펀드를 고르는 눈'을 갖고 있는 업계 전문가들이다. 이들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제공하고, 여러 헤지펀드에 분산 투자해달라며 돈을 맡기는 것이 하나의 방법인 셈이다. 이러한 형태의 투자상품을 '재간접 헤지펀드(펀드 오브 헤지펀드)'라고 부른다.

이 펀드는 사실 작년 말부터 일부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시장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전 세계 선물시장에만 분산 투자하는 '글로벌CTA펀드' 전략이 대부분이어서 시장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또 지난 6월 이후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령 확정을 앞두고 약 3개월 간 판매가 중단됐었다. 신한금융투자 등 일부 증권사들이 9월부터 다시 재간접 헤지펀드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중이다. 금융위는 앞으로 재간접 헤지펀드의 최소 가입기준(1억원 이상 등)과 운용 규정(최소 5개 이상 헤지펀드 포트폴리오 포함 등) 등을 결정해 업계에 통보할 계획이다.

CTA(Commodity Trading Advisor)는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글로벌 헤지펀드의 운용전략 중 하나인데 요즘은 '마음껏 선물시장을 주무른다'는 뜻을 지닌 'Managed Futures' 전략으로 더 많이 불린다. CTA는 본래 '이 전략을 취해 다른회사에 상품 선물 및 옵션의 매매에 조언을 해 준 운용회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업계가 이렇게 선물매매 전략을 쓰는 헤지펀드만 골라 재간접 헤지펀드를 만든 이유가 있다. 다른 헤지펀드에 비해 비교적 환매(돈을 찾는 것)할 수 있는 기회가 어렵지 않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는 단기적으로도 3~5년 정도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분기별 또는 연말에 환매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기업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기업가치를 높여 이득(배당)을 챙기는 PEF(사모투자전문회사)의 경우 최소 7년 이상 투자한다.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전략별 분산투자 시각에서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국내 몇 안되는 재간접 헤지펀드 전문가로 알려진 김성하 미래에셋증권 전략기획본부 이사는 "일종의 시스템매매(컴퓨터 자동매매)로 움직이는 선물매매 운용전략은 헤지펀드 업계 안에서 가장 투명한 헤지펀드"라고 권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국내에서 재간접 헤지펀드들을 분석해 본 결과, 전반적으로 설정액 및 펀드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운용전략 측면에서는 CTA 중심의 펀드들의 설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이는 3년 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증시 하락에 대비할 수 있는 CTA 등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 국내에서 운용되는 한국형 헤지펀드가 첫 선을 보일 예정이지만, 문제는 운용 레코드가 길지 않아 한국형 헤지펀드는 초기에 관찰 기간을 거칠 것"이라며 "따라서 일반투자자들에게 접근성이 높은 것은 재간접 헤지펀드"라고 판단했다.

헤지펀드의 경우 정보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따라서 운용회사의 헤지펀드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모니터링하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무엇보다도 개별 헤지펀드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제한돼 있는 것이 문제"라며 "운용회사의 운용철학과 과거 운용 성과, 헤지펀드의 주요 운용 전략, 투자 자산군 및 국가별 비중 등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헤지펀드들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다양한 헤지펀드 운용사와 헤지펀드 매니저에 대한 실사(Due Diligence) 등을 통해 재간접 헤지펀드들을 잘 선별해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재간접 헤지펀드 운용회사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투자 비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헤지펀드 상품은 변동성 대비 높은 기대수익률과 낮은 상관관계 등으로 향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동시에 대안투자 자산으로 입지를 넓혀갈 것"이라며 "다양한 재간접 헤지펀드와 시장 상황에 따른 펀드별 수익률 편차 등을 고려할 때 헤지펀드 전략별 분산 투자를 통한 장기적인 관점의 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