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도 한류…아시아 수출 60% 급증
국내 유업계의 분유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 분유 수출 규모가 40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기 입맛 때문에 좀처럼 바꾸기 힘든 분유 제품의 특성을 감안할 때 내년 분유 수출액은 5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7일 유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820만달러어치의 분유를 수출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 이상 증가한 것이다. 매일유업도 같은 기간 684만달러어치의 분유를 수출해 24%의 성장률을 보였다.

작년부터 중국 판매가 본궤도에 오른 파스퇴르유업의 수출 증가 속도는 더 빠르다. 올 들어 8개월 동안 분유 수출 규모가 작년 전체와 비슷한 700만달러에 달했다. 일동후디스도 올해부터 수출을 시작했다.

분유업계는 올해 전체 분유 수출액이 작년보다 64%가량 늘어난 4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분유 수출이 늘어난 것은 한국 분유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원전사고의 영향이 맞물린 데 따른 것이란 지적이다. 분유업체 관계자는 "한국의 분유 심사 기준이 엄격하다는 사실이 해외에 알려지고 있는 데다 한류바람과 함께 한국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수출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분유업체 관계자는 "지난 3월 일본 원전 폭발사고 이후 일본 분유를 수입해 판매하던 중국 홍콩 대만 등의 분유 유통상들이 일본 제품 수입을 중단하고 한국 제품을 가져다 팔고 있다"고 전했다.

분유업체들도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카자흐스탄 시장 진출에 성공한 남양유업은 최근 캄보디아 분유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지 산부인과병원에 의료기기 등을 지원하고 저소득층에 분유를 제공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을 기반으로 마케팅 지역을 중앙아시아 및 러시아로 확대하고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의 수출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매일유업은 중동지역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과 중국을 공략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 베트남 아기 전용 분유를 출시했으며,지난달부터 호찌민 지역의 주요 유통점에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국영방송인 CCTV가 평택 분유공장의 생산 및 품질관리 시스템을 중국 전역에 방송하는 등 중국에서 높아지고 있는 제품 인지도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파스퇴르유업은 중국 제약업체와 손잡고 펼치는 중국 마케팅이 성공적이라고 판단,이를 더 강화할 방침이다.

분유업계의 해외 진출은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를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3500억원 규모였던 국내 분유시장이 출산율 감소와 함께 지난해 2500억원 선으로 줄어들었다"며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