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검찰이 경찰의 수사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시행령 초안을 내놓자 경찰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과 경찰은 협의를 거쳐 연말까지 새로 조정된 수사권의 구체적인 시행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양측 간 첨예한 입장차이로 난산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내년 1월1일 개정 형사소송법 발효를 앞두고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한을 조정한 내용의 형사소송법 시행령 초안을 지난 10일 국무총리실에 제출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시행령 초안의 골자는 종래 경찰의 독자적 권한이던 내사를 내사와 수사개시 두 단계로 분류한 뒤 참고인 조사를 제외한 수사개시 이후의 수사과정은 모두 검찰의 지휘를 받게 했다. 즉 내사의 범위는 탐문과 정보 수집으로 축소하고 참고인 조사,계좌추적,압수수색 등은 수사개시에 포함시켜 검찰의 지휘 범위를 확대시켰다. 대검 관계자는 "실제는 수사였지만 내사에 숨어있던 부분을 수사의 영역에 포함시켜 수사절차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죄없는 사람이 입건돼 검찰에 송치돼온 무혐의 사건이 많다"며 "검찰의 수사지휘가 앞당겨지면 입건자를 양산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지금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서로에게 보탬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법무부와 검찰이 국무총리실에 제출한 시행령 초안은 6월 말에 국회를 통과한 개정 형사소송법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편 경찰은 경찰의 수사 주체성을 명기하고 검 · 경 간 기존의 명령 · 복종 관계에서 탈피하는 내용 등을 담은 경찰 측 초안을 13일 국무총리실에 제출한다.

김병일/김선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