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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시니어 인턴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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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디가 활착(뿌리내림)해야 하니 출입하지 마세요. ' 서울의 한 대학 잔디밭 팻말에 붙은 문구다. 공사를 맡았던 이들의 '작품'인 듯했다. 그냥 '잔디가 뿌리를 내려야 하니 들어가지 마세요' 하면 될 것을 괄호 속에 풀이를 곁들이면서까지 한자어를 쓰는 이유는 뭘까.

    활착이 더 '있어 보인다'고 여기는 건가. 전문용어라고 믿는 건가. 단순한 습관인가.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고 애매한 한자어 좋아하는 걸로 치면 사법기관이 단연 으뜸이다. '잘못을 뉘우치다'라는 말을 놔두고 굳이 '개전의 정'을 고집하고,거짓 대신 사위(詐僞)를 쓴다.

    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한술 더 뜬다. 보건복지부의 출산장려 캠페인인 '마더하세요'는 대표적이고 서울시의 정책과 용어 또한 영어 투성이다. '희망드림프로젝트,그물망 복지 컨셉(concept) 및 개념(definition),Double 5 개념(5+5),무역서포터즈,시니어인턴십,토탈케어시스템,데이케어센터.'

    이런 것도 있다.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는 파워공고를 무료로 제공해드립니다. ''아래의 리스트에서 관심있는 교육을 클릭하시면''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라이프 코칭 개념의 전문적인 금융 · 재무 컨설팅 서비스를' 등.지난해 12월 시민과의 '눈높이 소통'을 위해 어려운 행정용어 개선에 나섰다는 서울시의 홈페이지에 실린 내용들이다.

    말과 글은 사용자의 정체성과 의식을 좌우한다. 어떤 말을 쓰느냐에 따라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거리감을 갖기도 한다. 말이 안통하는데 소통이 이뤄질 리 없다. 상대의 기를 죽이자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늘어놓거나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지면 된다고도 한다.

    그러나 권위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인정해야 하는 것이지 행사하는 자가 내세운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사법 · 행정기관이나 자치단체가 우리말을 놔두고 한자나 영어를 섞은 조어를 남발하는 건 권위와는 거리가 먼,소통을 모르는 이들의 거드름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행정이 국민보다 당국의 자기만족이나 전시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될 때 민심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법과 행정을 다루는 이들이 한자나 일본식 용어를 써야 전문적이고,영어를 섞어야 그럴 듯해 보인다는 식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세대 · 계층 · 이념 간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질지 모른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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