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한 식사는 빈곤한 마음을 갖게 한다."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 나오키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여성작가 4인이 페스트푸드와 인스턴트로 허기진 현대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나섰다.

여성작가 4명은 슬로푸드와 소울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여행기와 그 곳을 배경으로 쓴 이야기를 엮은 단편소설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가쿠타 미츠요·이노우에 아레노·모리 에토·에쿠니 가오리 지음, 임희선 옮김, 시드페이퍼)을 발간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난해 가을 일본 NHK BS하이비전 기행 프로그램 '프리미엄 8'을 통해 소개됐었다.

신간에는 이탈리아의 피에몬테 주(이노우에 아레노), 포르투갈의 알렌테주 지방(에쿠니 가오리), 스페인의 바스크 지방(가쿠다 미츠요), 프랑스의 브르타뉴 지방(모리 에토)을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지역의 식사 모습이 등장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소설답게, 신간은 유럽의 고즈넉한 시골마을의 전경이 세밀하고 아름답게 묘사됐다는 평을 얻고 있다.

각 단편에는 난민 캠프의 사람들을 위해 식사를 만드는 여성, 의식이 없는 나이든 남편을 간병하는 젊은 아내, 시골에 사는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갈등하는 요리사, 애인의 바람기로 고민하는 게이 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도망치고 도망쳐서 이제 완전히 따돌렸다고 생각했는데도 나는 여전히 그 가족의 일원이다. 어머니가 만드는 일상적인 음식과 아버지가 만드는 화려한 요리 그리고 친척들이 함께 둘러쌌던 식탁은 어쩔 수 없이 내 안에 존재한다. 그런 것들로 내가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 가쿠타 미츠요, <신의 정원>


주인공들 저마다의 가슴속에 자리한 음식에 대한 추억은, 우리 가정의 일원들의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아 공감을 자아낸다. 여기에 작가들의 이국적 풍경모사는 독자들의 마음의 허기를 달래준다.

출판사 관계자는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상이다"며 "이 책은 우리에게 그런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며 현대인들의 마음속 자리한 공허함을 맛있는 향기로 채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