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을 추진 중인 채권단이 본입찰 시기를 당초 10월24일에서 11월 초로 연기하기로 했다. STX그룹이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서 추가 인수후보 기업을 물색할 시간적 여유를 두기 위해서다. 채권단은 또 인수후보 기업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신주발행 가격을 최대 10% 할인해 주는 방안을 하이닉스 이사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이외의 추가 인수희망 기업 등장 여부,신주 할인발행 성사 여부 등이 하이닉스 인수전의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추가 인수희망 기업 나올까

하이닉스 입찰 연기…새 인수후보 나올까
26일 인수 · 합병(M&A) 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채권단은 매각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2주가량 늦추는 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입찰 안내서를 이번 주 초 발송할 계획이었으나 추가 인수희망 기업에 참여 기회를 주기 위해 매각 일정을 조금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STX가 인수전에서 빠지면서 SK텔레콤 단독 입찰로 진행될 때 불거질 수 있는 특혜 시비를 염두에 둔 결정이다. 채권단의 이런 방침에 따라 공동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추가 인수희망 기업을 대상으로 테핑(시장 수요조사)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촉 대상은 지난 7월 매각공고가 나기 직전 인수전 불참을 공식 선언했던 현대중공업과 LG그룹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선 그러나 현실적으로 추가 인수후보 기업이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특혜 시비를 피해가기 위해 여러 차례 입장을 바꾸고 있지만,이변이 없는 한 SK텔레콤의 단독 입찰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관건은 '신주발행 가격'

추가 인수희망 기업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이 얼마의 가격을 써내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채권단은 지금까지 9개 채권기관이 보유 중인 지분(구주) 7.5%와 신주 14%를 매각하는 안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엔 조건이 붙는다. △구주 가격은 신주발행 가격보다 5% 이상 높아야 하고 △신주발행 가격은 '입찰자가 본입찰 때 제시한 가격'과 '1주일여 뒤 주식매매계약 체결 때 결정되는 발행 가격'과 비교해 더 높은 가격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조건에서 신주발행 가격은 하이닉스 이사회가 주식매매계약 체결일 전날 결정한다. 결정 방식은 결의일을 기준으로 최근 1개월간 평균주가,1주일 평균주가,전날 주가의 가중평균을 내 결정한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이 본입찰 때 신주를 주당 2만2000원에 인수하겠다고 써냈는데,1주일 뒤 하이닉스 이사회가 신주발행가를 2만3000원으로 결정하면 후자 쪽이 최종 신주발행 가격이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신주발행 가격이 하이닉스 매각의 성사 여부를 가늠할 최종 변수가 되는 셈이다. 채권단 일부에선 신주를 최대 10% 할인발행하는 방안을 하이닉스 이사회에 요청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본입찰 때 제출하는 가격과 신주발행 가격이 결정되는 시점 사이에 주가가 많이 오르면 SK텔레콤 등 응찰 기업의 자금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하이닉스 이사회는 "할인발행을 하지 않기로 채권단과 이미 얘기가 다 끝났다"며 "왜 이런 얘기가 또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태명/안대규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