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초고층 빌딩] 가상공간서 기획·설계…3차원 모델링으로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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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관리기술 적용
최근 초고층 건축물 설계에 3차원 모델링 기법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란 기술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BIM이란 가상공간에서 기획 설계 엔지니어링(구조 · 설비 · 전기 등) 시공 관리 폐기 등 건축의 전 과정을 모델링해 보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건설 프로젝트는 선과 문자의 조합인 2차원 도면을 이용,진행했다. 현장 작업자는 2차원 설계가 갖는 한계 탓에 업무에 혼선이 발생하기도 하고,정확한 공사비 책정도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BIM을 통해 좀 더 정확한 설계를 이룰 수 있게 됐다.
BIM은 정보기술(IT)의 발전과 함께 더욱 첨단화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BIM의 본질인 '공동 작업'도 가능하게 됐다. BIM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2년부터 건축용 3차원 프로그램인 오토데스크의 레빗(Revit) 시리즈가 보편적으로 사용돼왔다. 또 유럽에선 아키캐드(ArchiCAD)라는 프로그램이 각광받고 있다.
대규모 플랜트 공사에 주로 사용되는 벤틀리시스템의 마이크로스테이션,공업 디자인 프로그램인 리노,비행기 등의 디자인에 정평이 난 카이타와 같은 프로그램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BIM 프로그램은 발전을 거듭하며 초고층 건축물 설계에 좀 더 정교하고 복잡한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90층이 넘는 초고층 프로젝트는 일반적으로 개념 디자인에서 완공까지 6~8년이 걸린다. 건축 과정에서 새로운 유행과 기술 등이 생겨날 수 있고 경기침체 등과 같은 외부 변수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계속 디자인을 수정하고,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개선해 나가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변화가 많은 초고층 건물 프로젝트에서도 BIM을 통한 설계는 동시 작업을 가능하게 해줘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다.
중국 상하이에 짓고 있는 121층짜리 상하이타워는 BIM을 적극적으로 채용한 사례다. 이 건물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이중 유리벽'이란 신개념을 도입했다. BIM을 통해 협업에 의한 동시 작업,시행착오를 줄이는 시공 등을 할 수 있게 돼 초고층 건물에 새로운 설계를 적용할 수 있었다. BIM 시뮬레이션을 통해 낮 동안 태양광을 모아 인공조명 사용을 줄이고,외벽 단열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결과 등도 연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여 연간 100만달러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물이 높아질수록 BIM 기술은 더욱 가치를 발한다. 정형화되지 않은 초고층 건물 디자인을 하는 데 초기 단계부터 건축가와 구조 엔지니어들이 협업할 수 있게 돕기 때문이다. 이명식 동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BIM의 본질은 공동 작업"이라며 "설계 품질 향상과 비용 절감에 기여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