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 미군기지 캠프 캐럴 지하수에서 고엽제 관련 성분이 검출됐다. 지난 5월 퇴역 미군인 스티브 하우스 씨가 캠프 캐럴 내 고엽제 매립 의혹을 제기한 이후 고엽제 관련 성분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 미 공동조사단은 9일 경북 칠곡군청에서 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 의혹 관련 공동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기지 내부 41구역 내 지하수 관측정 5개소에 대한 한국 측 분석에서 고엽제 성분인 2,4,5-T가 0.161㎍/ℓ가량 검출됐다. 41구역은 당초 1970년대 후반 미군이 제초제 등 화학물질을 보관하던 곳으로 알려졌다.

공동조사단 관계자는 "검출된 2,4,5-T는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9㎍/ℓ)의 50분의 1 정도로 인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며 "미국 쪽 분석에선 해당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기지 경계 부근 지하수 관측정 6개소와 인근 지하수 이용 관정 10개소에 대한 추가 조사에서도 1개 관정에서 고엽제 성분인 2,4-D와 2,4,5-T가 각각 0.00088㎍/ℓ,0.00178㎍/ℓ가량 검출됐다. 기지 내외부에서 모두 고엽제 관련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미군 기지 내 고엽제 매립 의혹이 사실로 판명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오종극 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은 "고엽제 성분 물질이 나왔다 할지라도 고엽제가 담긴 드럼통이 발견되지 않는 한 고엽제가 매립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묻혀 있는 고엽제 드럼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만 고엽제 매립 의혹을 밝힐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직접 땅을 파내는 발굴조사 없이는 드럼통 매립 여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게 조사단 관계자의 지적이다. 게다가 공동조사단의 미군 측 대표인 버치 마이어 주한미군사령부 공병참모부장(대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 결과 1981년 캠프 캐럴에서 농약과 솔벤트,제초제 등의 화학물질을 미국 유타주로 옮겨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화학물질 중 고엽제가 포함돼 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드럼통을 이미 본토로 옮겼다'는 미군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기지 내부에 고엽제가 매립된 적이 있다는 의혹에 대한 정확한 진상 규명은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 미 양측은 고엽제 성분이 검출된 41구역 수질조사 결과를 검증하기 위한 재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조사단은 다음달 초 현재 진행 중인 기지 내부 토양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