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한옥이 3.3㎡당 3000만원을 호가하는데도 매수자들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촌 한옥 값이 워낙 많이 오르면서 사겠다는 고객들이 줄을 잇고 있네요. "(서촌 S공인 관계자)

서울지역 한옥 투자 대상이 북촌에서 서촌으로 움직이고 있다. 북촌 한옥이 대로변 상가 및 숙박 체험장 수요로 3.3㎡당 4000만~1억원까지 올라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자 인근 서촌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서촌지역이 한옥마을을 조성하기에 걸림돌이 많은 만큼 투자 땐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촌 한옥,1년 새 3.3㎡당 1000만원↑

경복궁을 기준으로 동쪽 지역이 북촌,왼쪽 지역은 서촌으로 불린다. 그동안 서울의 대표적 한옥마을로 꼽혀온 북촌에 매물이 뜸해지면서 최근 서촌에도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서촌 곳곳에선 카페와 공방을 신축하는 현장은 물론 한옥 증 · 개축 공사장도 증가세다.

서촌에 있는 행복공인의 조정애 대표는 "작년부터 한옥의 특징을 살려 카페,사무실,갤러리 등으로 활용하려는 고객 문의가 늘었다"며 "3.3㎡당 1700만원 하던 한옥 값이 1년 새 2500만~3000만원으로 뛰었다"고 전했다.

윤재춘 샛별공인 대표는 "서촌에 한옥을 매물로 내놓은 집주인들은 3.3㎡당 4000만원 이상을 받길 원해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며 "3000만원대에 매물이 나오면 바로 계약된다"고 설명했다.

서촌 한옥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한옥 신축 및 리모델링 문의도 크게 늘었다. 서촌 인근에 한옥건축사무소를 갖고 있는 최성필 씨는 "올 들어 한옥을 사들였거나 매수 예정이라며 증 · 개축 및 리모델링을 문의하는 외지인이 월 평균 10건 정도"라고 말했다.

◆'북촌 학습효과'가 서촌 관심 촉발

서울 한옥에 대한 관심이 서촌으로 이동한 것은 '북촌 학습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 추운 데다 생활이 불편해 서민들이 사는 곳으로 여겨졌던 한옥은 북촌이 관광지화하면서 값이 올랐다. 북촌 한옥은 3.3㎡당 최고 1억원을 호가, 거래가 '올스톱'된 상태다.

서촌은 서울시가 동네를 관통하던 옥류동천을 복원해 청계천과 연결할 계획을 갖고 있는 데다,북촌처럼 한옥마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수요가 많다. 서울시는 북촌과 서촌을 연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북촌과 다르다"…사전 조사 필요

서촌을 북촌처럼 관광자원화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촌의 한옥은 600여가구로 북촌의 1400여가구에 크게 못 미친다. 남아 있는 한옥도 규모가 작고 골목 안쪽에 들어서 있다. 여기에 옥류동천 복원에 따른 주민보상이 답보 상태여서 서울시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서촌 주민 강모씨는 "서촌 한옥은 북촌과는 달리 띄엄띄엄 있는 데다 최근 서양식으로 개조하고 기와만 얹은 곳이 많아 한옥마을 조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문 옥인1구역 재개발조합 이사는 "옥류동천 복원을 위한 서울시 예산이 부족해 개발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