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갈등을 빚던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2일 공권력이 투입돼 기지 건설공사가 재개됐다. 하지만 외부 사회단체들과 반대 측 주민들이 경찰의 원천봉쇄에도 불구,3일 대규모 '문화행사'를 강행할 예정이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은 2일 오전 5시께 기동대 등 600여명을 투입,중덕삼거리 농성현장을 봉쇄했다. 굴착기를 동원한 해군은 오전 6시부터 9시30분까지 중덕사거리와 강정포구 주변에 200여m의 철제 차단 펜스공사를 마무리했다. 공사장 주변 1.6㎞에는 이미 울타리가 설치된 상태다.

이에 대해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온 주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손영홍 천주교 전국교구 신부는 굴착기에서 고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고권일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은 쇠사슬을 몸에 두른 채 중덕삼거리 망루에 올라 경찰과 대치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 6명도 이날 현장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봤다.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로 이강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신부 등 35명을 연행하고 고유기 제주군사기지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과 주민 2명 등 3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이에 제주도의회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강정마을 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해군기지 관련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전면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도의원들은 간담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회가 지속적으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 왔는데도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려고 공권력을 투입했다"고 비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현장을 방문하는 등 정치권 일부도 가세하고 있다.

이날 공권력이 투입된 것은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본격적으로 재개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지난 1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온 시민운동가 3명을 연행하는 등 반대 시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왔다.

한편 외부 사회단체인 '구럼비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강정마을 일대에서 올레길 걷기 등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문화행사'를 3일 열 예정이다. 경찰은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가는 모든 길목을 통제할 계획이어서 3일에도 한 차례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