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비행에 익숙‥수동 조종은 미숙"

"조종사들이 비행기를 조종할 줄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

자동항법장치를 이용한 항공기 운항이 일반화하면서 비상시 필요한 수동조종에 미숙한 조종사가 늘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AP 통신이 30일(미 동부 현지시각) 보도했다.

항공사 여객기 기장이자 미국 연방항공청(FAA) 자문위원회 공동의장인 로리 카이는 "일부 규정에 따른 자동 운항 비율이 급증함에 따라 항공 업계가 '자동화 중독'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이 의장은 "우리는 새로운 유형의 최첨단 비행기 사고를 목격하고 있다"면서 "조종사들이 점차 조종법을 잊고 있다"고 털어놨다.

자동항법장치를 이용하면 조종사들은 이륙과 착륙하는 3분 정도를 제외하고는 직접 조종간을 잡을 일이 없게 된다.

대부분은 컴퓨터에 필요한 자료만 입력하면 된다.

이에 따라 조종사들이 직접 수동으로 조종하는 기능을 익힐 기회가 거의 없어졌다는 게 카이 의장의 경고다.

FAA가 최근 46건의 사고와 주요 사건들, 734개의 조종사 보고서, 비행안전 관리가 함께 탄 9천개 이상의 비행보고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종사들이 자동항법장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항법장치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장치의 단순한 오작동이나 컴퓨터의 잘못된 지시로 당황한 조종사들이 일련의 실수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FAA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사고의 60% 이상, 주요 사건의 30% 이상에서 조종사들의 수동 조종이나 자동항법장치 조작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전형적인 실수는 자동조종장치나 자동연료공급장치의 연결이 끊어졌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과 항공기가 '실속(양력 상실)' 상태에 빠졌을 때 적절한 조처를 하지 못해 비행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다.

실제 2009년 미 뉴욕주 버펄로 인근 항공기 추락 사고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터키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브라질 인근 대서양 해상에서의 에어프랑스 여객기 추락 사고 모두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통신은 지난 5년간 수백 명이 비행기가 실속 하거나 조종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통제 불능 사고로 목숨을 잃었으며 이 중 일부는 실속 상태에서 항공기 기수를 내리지 않고 오히려 올리는 것과 같은 조종사의 순간적인 판단 착오에 기인했다고 전했다.

미국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 소재 비행안전재단(FSF)의 빌 보스 이사장은 "자동항법장치의 오작동과 같은 비상시 조종사의 대응 능력은 항공 업계에서 더는 숨길 수 없는 커다란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