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대 병법서 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방법부터 싸움을 시작했으면 무조건 이기는 방법까지 6200자의 단어로 승패와 운명의 변화 원리를 정확하게 압축한 고전입니다. 당시 춘추전국시대를 관통한 단 하나의 표어는 '생존'이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만들어진 생존 전략서가 21세기 무한경쟁의 경영환경에서 재조명되면서 경영자들의 필독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1세기 손자병법의 의미와 핵심 가치를 짚어볼까 합니다.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것

고대에 저술된 손자병법이 현대 경영자들의 필독서로 손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전쟁의 지혜를 담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전해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손자병법의 전략 전술은 전쟁뿐 아니라 인간관계에 두루 응용 가능한 승자를 위한 바이블입니다. 손자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다수의 라이벌을 상대로 살아남는 법입니다. 싸워서 이기는 방법뿐만 아니라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동시에 가르쳐 줍니다. 공격보다 방어가 우선이며,'필승'도 중요하지만 '불패'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 손자병법이기에 고대나 현대를 막론하고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존을 최우선 전략으로 삼은 이유

손자병법이 살아남는 전략을 최우선으로 삼은 이유는 집필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기인합니다. 손자가 태어나 활동하던 춘추시대는 중국 역사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기이자 격변기였습니다.

춘추의 기록에 의하면 기원전 242년 제후국과 각국 내부에서 발생한 전쟁이 483차례가 되었고,전쟁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정치 · 군사적인 활동과 회맹 등이 450차례나 돼 모두 933차례에 이릅니다.

사마천도 사기에서 춘추시대 때 시해된 군주가 36명,망한 나라가 57개국,제후들 중에 달아나서 사직을 보존하지 못한 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야말로 살아남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였던 것입니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옮겨와 보면 제후국이 기업이요,군주가 최고경영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흥해서 살아남거나 망해서 자취도 없이 사라졌던 제후국들의 길을 이제는 기업들이 걷고 있는 셈입니다.

#빌 게이츠 · 나폴레옹의 지침서

손자병법은 이기는 법,살아남는 법,살아서 강해지는 법을 담은 책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 애독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1949년 오늘의 중국을 탄생시킨 혁명가 마오쩌둥이 늘 침대 곁에 두던 책이 손자병법이었습니다. 이런 사실은 이 책이 단순히 병서가 아니라 정치학의 보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해줍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는 기업 경영의 지침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나폴레옹도 이 책을 늘 곁에 두고 읽었으며,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 황제 빌헬름 2세는 만년에 "내가 만일 2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렇게 무참히 패하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회한에 찬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손자가 말하는 전쟁과 승리전략

손자는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사회현상으로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전쟁의 달인이자 호전주의자로 이 책을 쓴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실제로는 그 반대입니다. 손자는 직접 전투에 참여하면서 공도 많이 세웠고,제왕들을 도와 패업을 이루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전쟁이 갖는 최악의 결과,즉 백성의 고통을 몸소 체험하면서 전쟁에 신중을 기하는 면모를 보이게 됐습니다. 전쟁을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그렇다고 전쟁에 미쳐서 국가를 운영하면 백성이 고통스럽다는 것이 그를 신전(愼戰)주의자로 만든 이유였습니다.

손자는 군 통수권자가 전쟁을 유희로 보지 말고,반드시 엄숙하고 진지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망한 나라는 다시 생존할 수 없고,죽은 자는 다시 살아날 수 없다는 이치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손자는 내정을 공고히 하면서 국가 경제력을 갖추고,덕으로 나라를 다스려 정치를 안정시키면서 민심의 향방을 바로잡는 것,더 나아가 전쟁을 하기 전 모든 요소를 점검하면서 적과의 비교를 통해 승산을 세우는 것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기초 역량이라고 파악했습니다.

#권모술수를 보지 말고 큰 뜻 읽어야

손자는 전쟁이란 철저히 승리를 위한 것으로,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말라는 식의 승부사적 기질을 이 책에 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경영의 시각에서 재해석하기에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너무 권모술수라는 측면에만 결부시켜 읽거나 구절 하나로 전체의 뜻을 재단하는 식의 단장취의(斷章取義)는 고전의 큰 세계를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고전은 고전답게 읽어야 풍부한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손자병법은 짧은 문장에 수많은 변화원리를 담고 있기에 읽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또 전쟁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기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을 수 없고,상대방을 속여야 하며,정규전과 비정규전,기습과 정공이 끊임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기정상생(奇正相生)을 근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손자병법은 매우 집중하고 정독해야 하며,속고 속이는 것들의 연쇄 속에 들어 있는 패턴과 그 안에서도 변하지 않는 원리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

*참조 = 손자병법은 9월23일부터 시작되는 '한국경제신문 독서리더클럽 7기 과정'에서 6주에 걸쳐 소개된다. △일정=9월23일~12월9일(매주 금요일 오후 7시) △내용=김원중 건양대 교수의 손자병법 독파 6주 프로젝트 + 저자 초청강연 4회(소설가 김진명,건축사 조원용,박상진 부산외대 교수,정석범 미술사학자) + 인문학 워크숍 △문의=(02)360-4042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woonjoong@konyang.ac.kr

△성균관대 중국고전문학연구 박사 △대만 중앙연구원 방문학자,대만사범대 방문교수 △저서='2천년의 강의-사마천 생각경영법''통찰력사전-사마천의 생각수첩' 등 △역서='사기열전''사기본기''삼국유사''정사 삼국지''한비자''정관정요''손자병법'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