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해 '11 · 11 옵션쇼크' 시세조종 사건을 도이치은행 홍콩지점과 한국도이치증권 임 · 직원 간 공모범죄로 결론지었다. 금융당국이 수사의뢰했던 도이치은행 독일 본사는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도이치증권은 이마저도 혐의를 부인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홍콩지점이 계획,한국도이치에 지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이석환)는 도이치은행 홍콩지점의 지수차익거래 담당 상무 D씨 등 외국인 직원 3명과 한국도이치증권 차익거래 담당 상무 P씨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한국도이치증권 법인에 대해서도 P씨가 2인자로서 업무상 전권을 행사한 점을 고려해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했다.

D씨 등은 지난해 옵션만기일이었던 11월11일 장 마감 직전에 보유하고 있던 코스피지수 관련 주식을 대량으로 저가에 매도해 지수를 고의로 급락시키고 미리 사놓은 풋옵션에서 총 448억여원의 불법 시세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은 홍콩지점 D씨가 계획한 후 한국도이치증권 P씨에 지시해 함께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말을 앞두고 홍콩지점 지수차익거래팀의 투자성과가 신통치 않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었다. 홍콩지점 같은 팀의 B이사는 D씨의 지시를 받아 옵션거래와 주식 거래 주문을 직접 실행했고,지점 주식부 리스크의 총책임자 P씨는 상급자로서 이 거래를 승인했다.

이들은 대량 매도를 위해 범행 4~5일 전부터 타사에 대여한 주식을 상환받고 주문시스템 한도를 해제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D씨 등이 범행이 드러날 정도로 대규모 주식거래를 한 이유에 대해 "한국 증시에 이 정도로 충격이 클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도이치은행,"한국도이치 기소 유감"

금융 당국이 수사 의뢰한 도이치은행 독일 본사와 고발한 미국 뉴욕지점 임원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범행 계획이 본사 등에 일부 보고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니었고 윗선에서는 불법 행위를 알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뉴욕 직원은 도이치은행의 세계 지수차익거래를 총괄하기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혐의가 드러나면 기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부당이득액 448억여원에 대해 전액 압수조치한 후 국고에 환수시켰다. 증권범죄 관련 부당이득액으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또 수사 과정에서 검찰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은 외국인 피의자들이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도 수배키로 했다.

도이치은행은 이번 수사 결과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도이치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검찰이 한국도이치증권을 기소키로 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도이치증권은 시장 규정 위반을 승인한 적이 없으며 혐의를 벗을 것으로 믿는다"고 주장했다. 또 "도이치은행은 기소되지 않아 한국에서 영업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도이치증권은 지난 2월 금융파생상품과 관련해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 지수차익거래

현물과 선물 간 가격차가 생길 때 비싼 상품을 팔고 싼 상품을 매수해 무위험을 추구하는 거래.예컨대 주식 현물이 1000원,선물이 1100원일 경우 현물을 사고 선물을 팔면 향후 주가에 상관없이 선물 만기일에 차익 100원을 실현할 수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선물에서 이익을 본다.

◆ 옵션만기일

옵션이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는 시점.옵션은 주식 등 매매 대상물을 계약 당시 정한 가격으로 미래시점인 만기에 주고받는다. 만기 전까지는 계약금만 내고 거래된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