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발 동반침체 가능성 증폭..한국경제 `적신호'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 우려가 증폭되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궤도에도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출구 전략'을 완결하기도 전에 또다시 재정위기라는 거대한 암운이 드리우면서 선진 경제권이 휘청대고 있다.

수출의존적인 한국 경제의 구조적 특성 탓에 선진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게 되면 우리 경제의 동반 침체가 불가피하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 4.5%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유럽 등 침체 우려 증폭
세계 경제는 2008년 9월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붕괴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큰 탈 없이 극복하고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도 전에 다시금 재정위기라는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선진 경제의 대표주자인 미국과 유럽에 재정위기가 몰아닥치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실탄'이 없어진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안갯속에서 헤매는 형국이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경제는 각종 지표가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더블딥(경기가 회복세를 타다 다시 침체되는 현상)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다시금 부상하는 상황이다.

주요 국제기구와 금융기관들이 내놓는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만 살펴봐도 분위기는 어둡다.

특히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수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의 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가 연초 미국 경제가 호조세를 보이자 지난 1월 3.0%로 올렸지만, 지난 4월 2.8%에 이어 6월에는 2.5%로 두 차례에 걸쳐 하향조정했다.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도 6월 말 2.4∼2.5%에서 8월 초 1.7%로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내렸다.

물가와 실업도 문제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로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는 시장의 예측치 0.2%보다도 높았다.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는 전주보다 9천건 증가한 40만8천건에 달해 시장의 예상치 40만건을 웃돌았으며, 제조업과 주택경기 등에서도 부진한 지표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나라 곳간'마저 바닥을 드러내면서 국가재정에 위기가 닥쳤다.

국채발행 한도를 2조4천억달러를 늘리는 법안이 이달 초 미 의회를 통과했지만, 세수 증대 없는 지출 삭감안이 미국 경제의 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면서 금융·주식시장은 한바탕 요동을 치고 있다.

재정 위기의 진원지였던 유럽의 사정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2%로 둔화해 1분기 0.8%보다 크게 낮아졌다.

이는 당초 시장에서 대체로 예상했던 0.3% 내외 수준보다도 낮은 것이다.

유럽 경제의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 경제는 1분기에 1.3% 성장했지만 2분기엔 수출이 위축되면서 성장률이 0.1%로 떨어졌다.

유럽 경제의 또 다른 축인 프랑스 역시 1분기 0.9% 성장에서 2분기에는 제로성장으로 성장세가 꺾인 상태다.

독일과 프랑스의 정상회담에서 유로존 공동채권(유로본드) 발행 합의가 불발되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더욱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두 나라 정상은 유로존 위기 대응 강화방안을 논의했으나 유로채권 발행 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확인한 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유로존 공동경제위원회 창설 제안과 금융거래세 신설 추진 등을 골자로 하는 유로존 재정위기 해소 방안은 내놓긴 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장 반응은 시큰둥한 상황이다.

◇한국 경제에도 '빨간불'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탓에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되거나 침체하면 우리 경제의 동반 부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0%에서 4.5%로 낮췄는데, 이마저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올해 1~7월 중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입에서 대미(對美)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9.4%, 대 유럽연합(EU) 수출입 비중은 10.1%로, 재정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수출입 비중이 20%에 달한다.

여기에 우리나라 제품이 중국을 거쳐 미국과 EU로 수출되는 물량을 고려하면 이들 지역의 경기침체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가늠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미국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요 금융기관들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내리면서 미국 경제둔화에 따른 우리 경제의 피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 경제 성장세의 둔화와 달러화 약세로 한국 수출의 증가세가 둔화함에 따라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치(4.3%)보다 0.2~0.3%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세계 경기가 침체되면 우리 주력제품의 수요가 더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세계 평균 교역증가율은 -6.5%를 기록했으나 전자제품, 자동차 등 내구재 부문의 교역은 -13.9%로 훨씬 크게 위축됐다.

내구재 수요 둔화는 관련된 전자부품 등의 수요 둔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들 부문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의 수출에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LG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주가 폭락, 성장궤도 하향의 서막인가' 보고서에서 "경기의 조정 국면이 상당기간 지속하거나 다시 하강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이 경우 연간 경제성장률 역시 예상치인 4%대를 달성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구정모 기자 yonglae@yna.co.kr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