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경제가 20여개 대기업들이 전체 주식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독점적인 시장구조를 갖고 있어 많은 후유증을 낳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에 따르면 가족중심의 수직적 피라미드 구조로 형성된 20여개 대기업들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전체 기업 중 25%를 통제하고 있으며, 전체 주식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재벌기업의 시장독점이 심각한 실정이다.

한 예로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대기업인 IDB 지주회사는 휴대전화 기업인 '셀콤', 슈퍼마켓 체인 '슈퍼솔', 제지업체 '하데라', 화학기업 '마크테심', 보험회사 '크랄', 신문사 '마리브', 인터넷 기업 '네트비전' 금융기업 '크랄은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들을 문어발식으로 보유 중이다.

노치 단크너 회장이 보유중인 IDB가 고용 중인 직원만 4만여명에 이르고, 자산가치는 300억달러에 이를 정도이다.

단크너 회장과 쌍벽을 이루는 이츠하크 츄바 회장이 이끄는 석유ㆍ보험그룹인 델릭그룹도 이스라엘 최대의 에너지 기업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을 거느리고 있고, 여성 갑부인 샤리 아리슨이 이끄는 그룹도 하포알림은행 등 다양한 기업들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 대기업들이 재벌그룹으로 변모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 1990년대 중반 정부가 추진한 국영은행의 민영화 과정에서 많은 혜택을 입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기업들은 민영화되는 '노른자위' 은행들을 상대적으로 싼값에 매입해 기업 팽창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또 정부 고위관리들이 퇴직하면 대기업 임원으로 고용되는 '회전문식 인사'를 통한 정경유착 구조도 재벌기업의 형성에 큰 기여를 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총리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사가 델릭그룹 산하 기업의 사장을 지내는 등 전직 고위 공무원들이 델릭그룹 임원으로 대거 참여중인 점은 단적인 예이다.

대기업들은 여기에 신문사 등 언론사까지 보유하고 있어 경제력 집중에 따른 비판을 피해가고 있다.

최근 고물가에 항의하는 이스라엘 시민의 시위가 격화돼 가는 과정에서 이같은 재벌기업들의 경제력 집중과 정경유착 구조는 주요 타깃이 되기도 했다.

정부의 규제당국과 경제 전문가들도 재벌기업들이 시장의 경쟁구조를 약화시켜 물가 인상을 초래하고, 소액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며 비판의 공세를 높이고 있다.

공정거래기구 위원장을 지낸 드로어 스트롬은 "이스라엘 경제는 재벌기업들이 전 산업분야를 지배하고 있으며, 특히 5대 은행들이 모두 재벌그룹 소유하에 놓여 있을 정도로 독점적인 시장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물가인상에 항의하는 시민의 시위에 놀란 이스라엘 정부는 뒤늦게 시장의 경쟁 보장 그리고 비금융권 지주회사들이 금융기관 지배불허 등 재벌개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재벌그룹들의 경제지배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 기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