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남 한복판 서초우성ㆍ무지개 아파트, 전기도 물도 '찔끔'… 도심 속 '오지'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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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가동 멈춰 15층 걸어 올라가느라 뻘뻘…주민들 찜질방서 피난살이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예술의 전당 쪽으로 두 블록 떨어진 서초동 우성1차아파트.31일 이 아파트는 텅 비어 있었다. 강남역 사거리가 물에 잠겼던 지난 27일 단지 내 지하 변전실이 물에 잠기면서 전기와 수도가 끊겨 주민들 대부분이 대피했다. 전체 11개동에 786가구가 사는 강남 한복판의 아파트는 순식간에 문명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도심 속의 '오지'로 전락했다.
관리사무실의 A씨는 "1979년 3월 입주했는데 전 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된 것은 32년 만에 처음"이라며 "부분적으로 전기가 다시 들어오지만 밤이면 한 동에 한 집 정도 불이 켜져 있어 무섭다"고 말했다.
전기와 물 공급이 끊기면서 대부분 주민들은 집을 떠났다. 103동에 사는 최은희 씨(44)는 "휴가철이 겹쳐 단지에 남아 있는 주민은 20%도 채 되지 않는 것 같다"며 "따로 갈 곳이 없는 사람만 아파트에 남고 주민 대부분은 친척집이나 근처 레지던스(장기숙박시설)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전날까지 109동 앞에는 주민 2500여명을 위한 공동 급수대가 설치되기도 했다. 김모씨(62)는 "들고 나르기 힘들어 30일까지도 변기 내릴 최소한의 물만 날랐다"며 "11층까지 매번 들고 올라가기가 너무 힘들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그나마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급수가 재개돼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우성아파트 근처 찜질방 황금온천 관계자는 "하루종일 머무는 손님이 평소보다 20~30% 늘었다"고 귀띔했다. 우성아파트 근처에 있는 레지던스인 서초 삼성 쉐르빌의 이옥석 씨(37)는 "침수 피해가 있었던 27일 당일 문의 전화만 수십통이 왔다"며 "현재도 이곳은 100% 예약이 다 찼다"고 말했다. 이날 긴급 조달한 이동식 발전기가 가동됐지만 당분간 주민들의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성1차아파트 건너편에 9개동 1076가구가 사는 무지개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했다. 주민 정지은 씨(70)는 "27일 친척집으로 갔다가 수도가 복구돼 다시 왔다"며 "지금도 저층에서 물을 조금만 많이 쓰면 위층은 물이 안 나온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무지개아파트는 임시 발전기가 설치되기는 했지만 이날도 엘리베이터 에어컨 전자레인지 등 전력 소요 가 많은 기기들은 사용할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작동되지 않아 땀을 뻘뻘 흘리면서 15층 건물을 오르내리는 주민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김우섭/하헌형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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