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구미공단, 기숙사 1500가구 '텅텅'
지난 18일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조성된 지 40년이 넘은 1단지엔 공장들 사이로 좁디좁은 2차선 도로가 이어져 있었다. 도로 양쪽으로 차량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마치 주차장 같았다. 3m도 채 안 되는 남은 공간 사이로 차량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단지 내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출퇴근 시간이면 이 도로에선 어김없이 교통난이 벌어진다.

단지 내 인근 기숙사 외벽은 도색한 지 오래돼 누렇게 변색돼 있고,일부는 쩍쩍 갈라져 있다. 길가엔 가로등 하나 없고 가시덤불이 우거져 있다. 밤이 되면 이곳은 우범지대로 바뀐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1500가구 규모의 이 기숙사는 출퇴근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입주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공실률은 80% 수준에 달한다.

현재 착공 후 20년이 지난 노후 산업단지는 2009년 말 기준 48개로,전체 국가 · 일반 산업단지(215개)의 22%에 이른다. 이들 단지는 전체 산단 총생산액의 69%를 차지할 만큼 국가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하지만 도로 등 기반시설은 단지 조성 당시 수준에서 거의 바뀌지 않았다.

이같이 낙후된 하드웨어가 '회색빛 산업단지'의 이미지를 고착시켜 젊은층이 기피하는 일터로 만들고 있다는 게 한국산업단지공단의 판단이다.

최요섭 산단공 대경권 본부 과장은 "단지 설립 초반엔 근로자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이었지만 지금은 40세 정도로 올라갔다"며 "특히 지역 연고가 있는 생산직원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의 우수 연구 · 개발 인력 유입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지 '노후화'가 인력 '노령화'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산단공은 'QWL밸리 조성 사업'의 하나로 낡은 산업단지의 하드웨어 개선을 위한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정보기술(IT),녹색산업 등을 중심으로 한 업종 고도화와 인프라 구축이 주 내용이다. 반월 · 시화,남동,구미,익산 등 4개 단지가 대상이다. 목표연도는 2013년.구미 산단엔 28만2553㎡ 부지에 금형,IT융복합소재,그린에너지,광학기기 등 업종별로 구획을 나눈 집적화단지를 조성해 업종 생산성을 높일 예정이다. 낡은 기숙사는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건물 형태로 재건축하고,출퇴근시 이용 가능한 자전거 도로 인프라와 공용 주차장도 새롭게 구축한다.

반월 · 시화산단에는 업무시설,교육연구시설,전시장 등을 갖춘 시화복합비즈니스센터와 체육시설,기숙사 등을 포함한 시화드림타운이 들어선다. 인천 남동공단에는 공동물류센터가 들어서고,주차난 해소를 위한 화물주차장도 만들어진다. 익산산단에는 도시형생활주택 등을 갖춘 복합시설이 세워진다.

박봉규 산단공 이사장은 "일한 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문화 · 복지시설도 대거 들어선다"며 "산업단지에 등을 돌린 젊은층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미=정소람 기자 soram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