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하반기 세무조사의 칼날을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차단'에 맞춘 것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경영권 승계에 대한 '바로잡기 노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기업은 창업 60년을 지나면서 2세대에서 3세대로, 중견기업은 1세대에서 2세대로 경영권 승계가 진행중인데 이 과정에서 편법ㆍ불법적으로 거액의 상속ㆍ증여세를 피하려는 행위가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는게 국세청의 시각이다.

상반기에 적발된 편법적인 세습 사례를 보면 부의 편법 대물림 탈루 유형이 점차 지능화, 전략화되고 있음이 드러난다.

증권시장에 상장된 서비스업체 A사의 사주 B회장이 단적인 예다.

B회장은 98년 계열사 임원 명의로 차명 관리하던 주식을 본인 명의로 실명전환했다.

당시 차명 주식의 실명전환시 증여세가 면제된 점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B회장은 2004년 허위소송을 제기해 주식의 임원명의로 다시 명의신탁했고 미성년자인 아들이 성년이 된 2008년에 이 주식의 실제 주식소유자가 아들인 것처럼 허위주주명부를 작성해 735억원어치의 주식을 증여했다.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위해 몇년에 걸친 작업의 결과다.

국세청은 B회장에게 증여세 620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중견기업인 유명 제조업체의 사주 역시 증여에 명의신탁을 활용했다.

이 사주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본인 주식을 임원에게 명의신탁하고 이의 일부를 자녀가 대주주인 회사에 수백억원이나 낮게 팔았다.

또 명의신탁 주식의 배당금 등으로 자금출처가 면제된 특정채권(일명 묻지마 채권) 55억원어치를 구입해 매각하고 이 돈으로 다시 지인 명의로 주식을 차명 취득하기도 했다.

탈루액은 2천500억원에 달해 970억원의 세금납부를 통보받았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190억원을 2002년부터 최근까지 임직원 20명의 이름을 빌려 양도성예금증서(CD), 국공채, 펀드 등 금융재산으로 차명운영한뒤 30대 중반인 자녀에게 이 재산을 변칙상속하려던 제조업체의 사주 역시 세무당국에게 꼬리를 잡혔다.

해외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와 서류상 이혼을 통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탈루하다 적발된 예도 있었다.

공인회계사였던 C씨는 2007~2008년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50억원을 증여하고도 아들 명의의 페이퍼컴퍼니에 투자한 것처럼 송금했다.

또 30년 이상 같이 살던 아내에게는 이혼시 재산분할이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악용해 서류상 이혼하고 예금 80억원을 넘겨줬다.

C씨는 지난해 숨졌고 아들은 페이퍼컴퍼니가 결손상태인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 주식 가치를 '0'원으로 신고했다.

국세청은 아들과 아내를 상대로 사전증여에 따른 상속세 등 140억원을 추징하고 고발조치했다.

기계부품 제조업체의 사주는 제품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고철을 판매한 돈과 본인의 부동산 매각자금 20억원을 더해 모두 40억원을 자녀 3명에게 줬다가 적발됐다.

자녀들은 이 돈을 계열사 지분 취득용 종자돈으로 썼다.

국세청이 이처럼 날로 정교해지는 편법 증여행위에 대해 세무조사를 집중키로 한 것은 공정한 사회 정착을 위한 공정과세가 어느때 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대기업이 사주의 아들이 대주주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사실상 변칙적인 상속을 하는 이른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행위에 대한 관련 입법이 마무리되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