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기업이 외국인투자자에게 투자 원금과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고 편법으로 투자를 유치,'이름뿐인 외국인 투자기업'을 만들어 부지 임대료 감면 등 각종 특혜를 누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관할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이 같은 편법 행위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제도 개선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감사원이 11일 발표한 '외국인투자 지원제도 운용실태'에 따르면 고양시는 2009년 외국기업 A사와 투자 유치 계약을 맺으면서 35년간 1218억원의 임대료 감면 혜택을 주기로 약정했다. A사는 룩셈부르크 소재 B펀드가 전체 지분의 30%,국내기업 C사가 35% 등을 투자한 컨소시엄이다. 그런데 C사는 이면계약을 통해 2013년 투자원금에 연 이율 18%를 더해 B펀드 지분을 매입하는 '풋옵션'계약을 체결했다. 2013년이 되면 A사의 외국인 투자비율은 '0'이 된다. 부지를 싸게 매입하려는 C사와 안정된 투자 수익을 얻으려던 B펀드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도 비슷한 형식의 외국계 컨소시엄에 감정가보다 8005억여원이나 싸게 토지를 매각했다. 허울 뿐인 외국기업에 돌아간 특혜금액은 감사원이 파악한 것만 1조원이 넘는다. 이같이 풋옵션을 편법 활용해 혜택을 보는 수법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만,현행 '외국인 투자 촉진법'에는 이를 규제할 근거가 없어 처벌이나 계약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은 또 국내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우회투자'를 받았는데도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이를 외국기업으로 인정해 임대료 감면 혜택을 준 사례도 적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현행법은 외국기업이 자신이 투자할 지역을 직접 결정하는 경우에는 이 같은 우회투자를 인정하지 않지만,국가가 지정한 산업단지에 입주할 때는 우회투자 금액도 그대로 외투금액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감사원은 광주 평동단지에서만 D사 등 4개 기업이 이런 수법으로 211억여원의 특혜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관련법의 허점을 이용해 기업들이 특혜를 받는 사례가 반복해서 적발되고 있음에도 지경부 등 관할부처는 법 개정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고,지방자치단체들은 외투 실적을 올리기 위해 편법을 눈감아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 풋옵션

put option, 특정한 자산을 장래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을 뜻한다. 일부 국내기업은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투자유치를 받은 후,장래 특정 시기에 해당 지분을 팔 수 있는 권리를 주는 풋옵션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름뿐인 외국기업'을 만들어 각종 특혜를 받았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