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청약률 상위권 14곳 중 5곳 '100% 계약'
'떴다방' 부산.대전 이어 광주로 확산 조짐

올해 상반기 부동산 시장의 최대 화두인 지방의 아파트 분양 열풍이 좀처럼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청약 경쟁률뿐 아니라 실제 계약률도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벌써부터 수천만원씩 웃돈이 붙었고 수도권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춘 소위 '떴다방'이 부산과 대전 등에서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 투자 열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29일 연합뉴스가 올해 상반기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상위 20개 아파트 가운데 아직 계약을 받지 않은 4개 단지와 서울 소재 2개 단지를 제외한 14개 지방 신규 아파트의 계약률을 취재한 결과 5곳이 벌써 100% 계약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 조사에서 상반기 청약경쟁률 3위에 오른 금정산2차 쌍용예가와 5위 이지더원2차, 6위 정관롯데캐슬2차, 13위 구평엘리시아(이상 부산), 17위 동원 로얄듀크(경남 김해)가 분양 물량 전량이 계약을 마쳤다.

청약경쟁률 '톱20'에 오른 나머지 아파트 단지들도 상당수가 대다수 가구 계약을 마쳤다.

해당 건설사들에 따르면 청약경쟁률 4위인 이진캐스빌블루2단지(부산)가 98%, 대전센트럴자이(대전)가 96%의 계약률을 각각 기록 중이며 동일스위트2차(부산)과 삼정브리티시용산(대구)도 나란히 90%를 넘었다.

높은 청약경쟁률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면서 부산이나 대전 등 인기 지역의 분양 현장에서 이동식 중개업소인 '떴다방'이 버젓이 진을 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떴다방을 중심으로 과열 조짐이 일면서 분양된 지 얼마 안된 아파트도 웃돈이 붙어 불법 거래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계약을 마친 금정산2차 쌍용예가를 분양한 쌍용건설 관계자는 "떴다방들이 하도 많이 와서 과열 경쟁을 막으려고 경찰관까지 배치했다"며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로열층'인 15층 기준으로 3천만~4천만원 가량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한다"고 했다.

이지더원2차를 공급한 이지건설 관계자도 "실수요자와 투자자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떴다방도 많이 등장해 분위기가 과열됐다"며 "전매제한 기간이 1년인데도 분양가에서 2천만원 이상 호가가 올라간 상태"라고 말했다.

지방 중대형 아파트 붐을 일으킨 정관롯데캐슬2차는 전매제한에 묶여 있는데도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2천만원까지 웃돈이 붙어 암암리에 불법 거래되고 있다고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이 전했다.

부산에서 시작된 분양시장의 과열 양상은 최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선정과 세종시 개발로 호재가 넘치는 대전·충남으로 본격 확산되고 있다.

최근 대전 노은지구에서 청약 마감된 '대전 노은 한화 꿈에그린' 아파트의 분양대행을 맡은 스타파라에 따르면 당첨자 발표일인 지난 20일 오전 0시께부터 100여명의 이동식 중개업자들이 몰려와 장사진을 쳤다.

스타파라 관계자는 "새벽에 떴다방을 세우고 업자들끼리 서로서로 사고 팔면서 웃돈을 형성하는 것을 '새벽장'이라고 하는데 2년여 전 인천 송도 이후 처음으로 대전에서 새벽장이 섰다고 한다"며 "당첨자 계약을 받고 있는 중인데도 벌써 2천500만원까지 웃돈이 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같은 지방 분양시장의 과열 양상은 아직까지 수요가 살아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실장은 "지방 분양시장이 수도권과 달리 호조를 보이는 것은 최근 3~4년간 공급 감소에 따른 수급 불균형 때문"이라며 "지방에서는 구매로 전환하는 전세입자가 늘어나면서 분양에 관심을 갖는 실수요자가 많다"고 진단했다.

광주 남구에서 '봉선·주월 이지더원'을 분양하는 이지건설 관계자는 "2007년 수완지구에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나온 이후 4년 동안 광주에서 신규 분양이 없었다"며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우리뿐 아니라 광주의 다른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도 하루에 6천~7천명이 다녀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상반기 청약경쟁률 1~2위를 휩쓴 부산 명륜아이파크 1~2단지가 이날부터 계약에 들어가면서 부산의 '원조' 분양열기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청약할 때부터 떴다방이 20팀 가까이 상주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고 경쟁률도 워낙 높았으니 계약도 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이유진 기자 firstcircle@yna.co.kreugen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