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까지 물류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아시아 톱5 물류기업으로 성장한다. '

CJ그룹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인수가를 적어내면서까지 대한통운을 인수키로 한 것은 물류부문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이재현 CJ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담겨있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수전 막판에 삼성이 뛰어들면서 두 그룹 간 신경전이 벌어지긴 했지만,CJ의 베팅 가격은 시장 전망치보다 적어도 3000억원 이상 높았던 것으로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

대한통운이 CJ의 손에 넘어가면서 CJ는 기존 물류 계열사인 CJ GLS와 함께 국내 최대 '3자 물류'업체로 떠오르게 됐다. CJ는 두 물류회사를 하나로 묶어 2020년까지 아시아 선두 물류업체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시동 걸린 이재현의 물류 야망

CJ제일제당은 이번 입찰가격으로 2조2000억원가량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 합병(M&A)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적정가격대의 최고치로 점쳐졌던 1조9000억원을 훨씬 뛰어넘었으며 포스코 · 삼성 컨소시엄보다도 2400억원가량 높았다. CJ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CJ가 이처럼 높은 가격을 써내면서까지 대한통운 인수에 나선 것은 그룹의 신성장 동력 발굴이 그만큼 절실했다는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지난해까지 매출이 4년 연속 3조원대에 그치는 등 저성장을 보였다. 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부문은 아직 확실한 수익구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 회장은 이런 탓에 주요 임원회의 때마다 그룹의 매출과 이익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CJ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CJ는 물류를 식품 엔터테인먼트 바이오 등과 함께 4대 주력사업으로 삼기로 했다.

◆자체 자금으로 인수대금 충당

CJ는 시장 전망치보다 높은 인수가격을 적어낸 것은 사실이지만,인수금액의 대부분을 그룹 자체 자금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생명 주식을 1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J제일제당 등 그룹 계열사가 보유중인 삼성생명 주식은 모두 1095만여주에 이른다. 이날 삼성생명 주가가 2.8% 떨어진 9만3700원을 기록했지만,시가로 따져도 1조2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CJ지주회사와 주요 계열사들이 보유중인 자금의 일부도 인수 자금으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CJ 관계자는 "인수대금 일부는 금융권에서 대출받겠지만 CJ그룹의 연간 현금창출능력(EBITDA)이 1조5000억원에 이르고 있어 대부분 자체 자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3자 물류 1위 오른 CJ "해외서 승부"

CJ그룹은 대한통운 인수작업이 완료되면 기존 물류 계열사인 CJ GLS와 합쳐 아시아 선두권 물류업체로 키운다는 비전을 마련했다. 지난해 대한통운(2조5000억원)과 CJ GLS(1조4000억원)의 매출 합계는 3조9000억원 수준이었다. 올해는 양사의 합산 매출이 4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3자 물류 1위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CJ는 두 회사를 합친 뒤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물류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2015년 매출 10조원을 넘긴 뒤 2020년 아시아권 선두 물류기업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CJ GLS 관계자는 "대한통운은 중량물 수송에 강점이 있고 CJ GLS는 정보기술(IT) 등 소프트한 화물 배송과 해외 물류에 강한 만큼 두 회사가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