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로펌, 국내기업 CEO 연쇄 접촉 `고객관리'
인력 스카우트 본격화…한국계 변호사들 이동
국내로펌 위기감 "인력·고객 둘 다 뺏긴다"

외국 대형 로펌들이 한국 법률시장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개시했다.

국내 로펌에 있던 한국계 외국 변호사들이 외국 로펌으로 하나 둘 옮겨가기 시작했고, 발 빠른 영국계 로펌들은 벌써 `한국 고객 잡기'에 나섰다.

다음 달 1일부터 발효되는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외국 로펌의 국내 진출이 가능해진 가운데 외국 대형 로펌들이 `사전 정지작업'으로 분주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영국계 대형 로펌 4~5곳이 서울 사무소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 중 한 곳은 이미 건물 임대 계약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로펌은 국내 대형 법무법인의 `에이스'급 중견 변호사들에 대한 스카우트 작업을 벌이는 한편 국내 고객 관리에 나서는 등 이미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핵심인력에 집중 `러브콜' = 해외 로펌의 국내 인력 스카우트는 진작부터 시작됐다.

올해 들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외국 변호사 2명이 영국계 로펌 디엘에이 파이퍼(DLA Piper)와 미국계 로펌 존스데이(Jones Day)로 이동했다.

법률시장 개방은 3단계에 걸쳐 진행되는데 1단계인 2013년 6월까지는 외국 로펌이 국내법 사무는 수행할 수 없고 외국법에 대한 자문만 허용된다.

또 국내 변호사 고용은 금지되기 때문에 국내 사정과 언어에 능통한 소수의 한국계 외국 변호사들에게 `러브콜'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로펌들은 당분간 이동하는 인원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인력 확보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대형로펌 관계자는 "아직 대규모 (인력) 이동은 없는 것으로 본다"면서도 "이직을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드러나진 않기에 정확한 규모는 파악이 잘 되질 않는다.

하지만 한국계 변호사들에게 여러 방법으로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계속되고 있다.

치열한 인력 유치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 로펌들의 변호사 보수가 국내 로펌보다 상당히 높아 연봉 수준이 인력 경쟁에 있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로펌의 한 변호사는 "먼저 시장을 연 일본을 보면 기존 연봉의 2배를 제시하고 3배까지 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英 로펌의 치밀한 고객 관리 = 국내 로펌들은 아직 1단계 개방이라고 해도 외국 로펌들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업인수·합병(M&A) 등 계약 관련 `자문'은 1단계 개방부터 해외 로펌이 관여할 수 있기에 바로 외국계와 국내 로펌이 정면 대결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변호사업계에서는 영국 로펌들의 국내 마케팅 활동이 눈에 띄게 강화되고 있다며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최근 영국 본사 관계자가 직접 한국을 찾아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 경영자들까지 만나고 다닌 것으로 안다.

영국 로펌의 강점과 한국 로펌의 약점 등을 설명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법조계는 외국 로펌이 자신들의 글로벌 네트워크 등 장점을 앞세워 삼성·현대 등 대기업의 해외 자문 시장, 즉 아웃바운드(Outbound·한국 기업의 해외 사건) 시장을 독식하게 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

이들 로펌이 아웃바운드 뿐 아니라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까지 접촉하는 등 국내 로펌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던 인바운드(Inbound·해외 기업의 한국 내 사건)에까지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일부 로펌에서는 대표 변호사급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장기적 전략을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 연수 기회를 확대하고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연봉과 처우에 대한 논의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기존 고객을 붙잡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권오창 변호사는 "한국 변호사들이 전문성과 능력에서는 외국 변호사에 뒤지지 않지만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과 적극성 등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없지 않아 이러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