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타운 만찬까지…정상간 스킨십 부각 주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후 공동회견에서 메르켈 총리를 "앙겔라"라고 줄곧 불렀다.

39분동안 이어진 회견동안 `메르켈 총리'(Chancellor Merkel)라는 공식 호칭 대신에 무려 11차례나 "앙겔라"라고 다정하게 호칭했다.

이에 화답하듯 메르켈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을 친근감있게 "버락"이라고 4차례나 불렀다.

양 정상의 사적으로 다정한 호칭과 모습은 최근 리비아 해법을 둘러싼 양국의 입장차와 과거 서로 냉정해보이는 듯하던 오바마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의 관계에 비춰 유달리 주목을 끌었다.

지난 2009년 정상회담후 가진 공동회견에서 두 정상이 상대방을 퍼스트 네임으로 호칭한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퍼스트 네임 호칭 외교'의 우호적 분위기는 더욱 두드러진다.

오바마 정부 출범초 독일의 아프간 병력 증파, 관타나모 수감자의 독일내 수용, 금융위기 해법차 등에다 양 정상의 기질적 차이까지 보태져 양국이 불편한 관계라는 분석이 많았다.

둘 사이에는 상쾌하지 않은 구연(舊緣)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2008년 7월 독일을 방문했을 때 대중연설 장소로 동서화해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앞을 희망했지만, 메르켈 총리는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은 브란덴부르크문연설이 선거운동에 이용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독일로부터 초청을 받았지만 지난해 10월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기념식에 불참했다.

세계 최강국과 유럽 강국으로서 동맹관계인 양국이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조율이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인터라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후 네번째 맞아들인 초청 국빈이 메르켈 총리라는 점에서 이번 미ㆍ독 정상회담은 서방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번 국빈방문 일정은 "버락", "앙겔라"라고 서로 전례없이 퍼스트 네임을 호칭한데서 보듯 회담 의제보다 의전과 정상간 스킨십이 더 내실을 채웠다는 평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 국빈만찬과는 별도로 지난 6일 저녁에는 백악관을 벗어나 워싱턴 D.C 시내 조지타운의 레스토랑에서 메르켈 총리와 오붓한 만찬을 갖는 등 사적으로 다정한 모습을 많이 연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가 큰 개를 싫어하는 점을 배려해 오바마 가족의 애완견인 포르투갈 워터도그 '보'(Bo)를 메르켈 방문기간 백악관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도록 했다.

이번 국빈방문동안 두 정상은 공통적으로 개인적 친분을 다지고 과시하는 사적인 외교(personal doplomacy)에 주력했다는 평가들이다.

특히 과거 '카우보이 외교'로 불리며 정상간 스킨십을 중시했던 조지 부시 대통령과 달리 단 한 명의 외국 정상도 캠프 데이비드 별장으로 초청하지 않는 등 이성적인 정상외교에 치중하던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도 다소 파격적 모습을 보였다는 것.
워싱턴 포스트(WP)는 8일 "분명히 알 수 있는 점은 두 정상이 모든 사람들이 지금 자신들을 최상의 친구로 생각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정상간의 개인적 친분이 항상 어려운 외교관계를 매끄럽게 만들 수는 없으며, 종종 국가적 이해가 정상간 친분을 압도한다"며 "하지만 정상간의 개인적 친분과 신뢰가 불가피한 국가간 갈등을 누그러뜨리고 해소하는데 기여하는 것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한때 오바마의 후보시절 브란덴부크르문 연설을 반대했던 메르켈 총리는 공동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독일방문 희망을 피력하며 "이번에는 브란덴부르크문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를 위해 베풀어진 국빈만찬에서 초청 가수 제임스 테일러는 백악관의 요청으로 "당신은 친구를 가졌다"(You've Got a Friend)라는 제목의 노래를 불렀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