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등 3개 경기도 승부조작 혐의 포착..계속 수사

지난 4월 열렸던 프로축구 러시앤캐시컵 경기를 대상으로 한 승부조작은 폭력조직 출신 브로커들이 스포츠토토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기 위해 전주(錢主)로부터 돈을 받아 선수들을 매수해 저지른 범행으로 검찰이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이와 함께 지난해 K-리그 정규경기를 포함해 3개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진 혐의를 확인하고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9일 프로축구 승부조작 수사결과를 발표한 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이성희)는 현직 프로축구 선수 5명을 구속기소하고 프로축구 선수를 포함한 관련자 7명을 불구속기소 하는 등 모두 12명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미 구속기소된 브로커 2명 가운데 경남 창원시를 근거로 한 북마산파 조직원 출신인 김모(27)씨가 이번 승부조작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이번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된 사람은 이미 구속기소된 브로커 2명과 군검찰에 구속된 김동현, 자살한 정종관 선수, 기소중지된 조직폭력배 2명을 포함해 모두 18명으로 집계됐다.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이모(32)씨 등 전주 2명으로부터 선수매수 자금 2억8천여만원을 받아 4월6일 러시앤캐시컵 대전-포항전과 광주-부산 경기 이틀전 대전시티즌 박모(26.구속기소) 선수에게 1억2천, 광주FC 성모(31.구속기소) 선수에게 1억원씩을 건냈다.

전주 2명은 선수매수 자금 2억8천을 건넸으나 자신들은 베팅을 하지 못하고 돈만 날리게 되자 검찰에 승부조작 사실을 제보했으며 불구속 기소됐다.

브로커들은 승부조작을 모의하는 과정에서 김동현(27.군검찰에 구속) 선수를 통해 대전시티즌 박 선수와 자살한 정종관(30) 선수를 소개받았다.

정종관 선수는 브로커들을 광주FC 성 선수와 연결해줬다.

대전시티즌 박 선수는 브로커들로부터 받은 1억2천만원을 나눠 동료 7명에게 건넸고 자신은 2천700만원을 챙겼다.

검찰은 대전시티즌 신모(26)ㆍ양모(25)ㆍ김모(27) 선수 3명은 박 선수로부터 1천1백만원~4천만원씩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또다른 대전 시티즌 선수 4명은 150만원~600만원씩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수비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거나 공격에 소극적으로 가담하는 방법으로 승부조작을 했으며 결과적으로 대전시티즌이 포항스틸러스에 0대 3으로 졌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광주-부산 경기는 광주FC 성 선수가 받은 매수자금이 그날 경기를 뛴 선수들에게까지 전달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아 승부조작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성 선수는 자신이 받았던 1억원 중 2천만원을 챙기고 8천만원은 소개비 명목으로 김동현과 정종관 선수에게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브로커들이 전주들로부터 받은 자금 2억8천만원 가운데 6천만원은 브로커 김씨가 스포츠토토에 베팅한 것으로 검찰이 확인했다.

스포츠토토는 1회 베팅한도액이 10만원으로 제한돼 있지만 브로커들은 자신들이 직접 베팅을 하지 않고 전국의 복권방 10여곳에 2천~3천만원씩 나눠 맡긴 뒤 10만원 이하금액으로 연속 베팅을 하게 했다.

검찰은 브로커들이 이런 방법으로 승부조작이 벌어진 경기에 1억9천만원을 베팅해 모두 6억2천만원 상당의 배당금을 타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잠적한 북마산파 조직원 2명이 브로커 2명과 함께 거액을 스포츠토토에 베팅하고 거액을 챙긴 혐의를 잡고 이들을 기소중지했다.

브로커들이 맡긴 돈을 10만원 이하로 쪼개 베팅해 준 복권방 업주들은 영세상인인데다 수수료 수입을 챙기기 위해 단순 가담한 만큼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검찰관계자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을 최초로 규명한 점이 큰 성과다"며 "이번 수사를 통해 전주와 브로커, 선수들로 연계된 스포츠토토 승부조작 구조가 밝혀졌다"고 말했다.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sea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