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전(前) 총재가 호텔 여종업원 성폭행 등의 혐의로 체포된 이후 프랑스 여성들이 성추행과 성 차별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남성 중심 사회인 프랑스는 여성에 대한 성추행이 심각할 뿐만 아니라 성추행 문제에 당국이 사생활이라며 개입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유력 인사가 연루된 성추행 사건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스트로스-칸의 체포 이후 프랑스 여성과 프랑스의 여성 운동이 성적 억압에 대해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기회를 맞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프랑스 정치ㆍ문화 분석가인 안 엘리자베스 무테는 "유쾌하지 않은 얘기지만 프랑스 남성들은 여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왔다"며 "프랑스는 변화하기 어려운 국가였다"고 프랑스의 성추행과 성차별 관행을 비난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여성들이 대담해졌다"며 "분수령이 될 중요한 순간을 맞았다"고 말했다.

여성으로는 처음 프랑스 일간 르몽드의 편집국장에 올랐던 실비 코프만은 최근 사설에서 "묶였던 혀가 갑자기 풀린 것 같다"면서 여성들이 성추행 피해 사실을 서로 얘기하고 있다고 프랑스의 변화된 모습을 짚었다.

지난달 말 여직원을 성추행한 의혹이 제기됐던 조르주 트롱 프랑스 공직담당 국무장관이 사임한 것을 보면 프랑스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드라비에 시(市)의 시장이기도 했던 트롱 전 장관은 시청 여직원 2명에게 발 마사지를 해준다는 핑계로 이들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스트로스-칸 사건 이전이라면 의혹이 제기되지 않았거나 알려졌어도 사생활이라며 넘어갔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트롱 전 장관에게서 성추행을 당한 직원은 스트로스-칸이 체포된 소식을 듣고 트롱 전 장관의 성추행을 폭로하기로 결심했다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낙관적이지는 않다.

언론인이자 서평가인 마린 드 틸리는 프랑스에서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최근의 사건들은 오랫동안 여성을 성적으로 공격해 온 남성들의 긴 성범죄 목록 중 추악한 하나 일뿐"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