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이사회 의장(60 · 사진)이 다음달 1일자로 한국지멘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한국지멘스 60년 역사상 한국인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나오기는 처음이다. 김 의장은 산업자원부 차관 출신으로 2007년부터 3년간 하이닉스 사장을 지냈으며,작년 3월부터는 하이닉스 이사회 상근 의장을 맡아왔다.

그는 반도체 치킨게임이 한창이던 2008년 하이닉스가 1조921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와중에 막대한 연구 · 개발(R&D)투자로 하이닉스가 이듬해 메모리반도체 시장 2위 자리를 굳히는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4년여간 몸담았던 하이닉스를 떠나는 김 의장은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이닉스가 더 좋은 회사로 발돋움하는 때 떠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멘스로 옮기기로 결심한 동기는.

"작년 초 하이닉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을 때 몇 군데에서 (경영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있었다. 그때는 응하지 않았지만 기회가 되면 더 힘들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

▼하이닉스를 떠나게 된 소회는.

" 천당과 지옥을 다 경험해봤다. 최악의 실적악화도 겪어봤고,최고의 실적도 내봤다. 독일 키몬다가 파산했고 대만 기업들도 주저앉았다. 그 시기를 거쳐 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5강(强) 가운데 확실한 '스트롱 세컨드'(강한 2등 기업)로 자리잡았다. "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2008년,2009년 반도체 치킨게임이 한창이던 때다. 한마디로 최악이었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평소 3000억원이던 R&D투자를 7000억원으로 더 늘렸다. 주변에선 캐시플로(현금흐름)도 안 좋은 회사가 그렇게 투자해도 되겠느냐는 우려가 많았다. 그 어려울 때 투자를 늘린 결과 대만 등 후발기업들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 "

▼아쉬운 점이 있다면.

"2007년 11월에 CMOS이미지센서를 시작으로 비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위탁생산)를 강화하려고 했는데 그 당시 자금 등 역량이 부족해서 못했던 점이 아쉽다. "

▼하이닉스 지분 매각이 지지부진하다. 어떻게 전망하나.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하이닉스가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달라질 수 있을까라고 의심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메모리반도체 2강으로 자리잡지 않았나. "

▼지멘스코리아 대표로서 포부는.

"한국지멘스가 만들어진 지 6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한국 기업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한국지멘스를 역동적인 한국산업 발전의 동반자이자 진정한 '한국기업'으로 만들겠다. "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