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7조원대 금융비리가 드러난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상호저축은행법상 대출한도를 위반해 수백억원의 불법대출을 한 사실을 이미 5년 전에 적발하고도 은행 관계자들을 처벌 수위가 약한 벌금형에 약식기소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25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2006년 1월 대전 관저4지구 재개발사업 비리를 수사한 검찰은 대출실무를 담당한 팀장급 직원 1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성모(54) 이사, 김모(54) 이사 등 불법대출에 관여한 임원들과 부산저축은행, 부산2저축은행 법인을 각각 300만~1천만원의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성 이사 등 임원과 부산저축은행, 부산2저축은행은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며, 정식재판 결과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됐다.

성 이사와 김 이사는 당시 약식기소된 지 5년이나 흐른 지난 1일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9천억원을 불법대출하고 2천700억원대 배임에 가담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대검 중수부에 의해 다시 정식으로 기소됐다.

당시 1·2·3심 판결문에 따르면, 성 이사와 김 이사는 2004년 6월부터 2005년 5월까지 지인들에게 가짜 사업자등록을 하게 하고 신용조사서를 허위로 작성한 뒤 개인대출한도(3억원)를 넘는 7억2천만원에서 최대 50억원을 대출해주는 등 부산저축은행, 부산2저축은행이 모두 460억여원을 불법대출해준 사실이 확인됐다.

성 이사 등은 대출신청인들이 형식적 사업자등록만 해뒀는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부산저축은행 측이 T종합건설과 공동으로 관저4지구 도시개발사업 부지를 매입하면서, 대출신청인들에게 사업자등록증을 급조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유했고 대출신청인들은 대출액수가 얼마인지 조차 알지 못하는 등 전적인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부산저축은행 측의 대출행위는 건전한 금융시장을 해치고 부동산시장에까지 큰 혼란을 가져오게 할 우려가 있으며, 서민금융기관의 부실화는 지역경제 전반의 황폐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볼 때 약식명령의 형이 과중해 보이지 않는다"며 벌금형을 그대로 인정했다.

대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전 관저지구 수사 당시에는 부산저축은행이 대출신청자들에게 땅을 살 수 있도록 대출만 해줬을 뿐 스스로 SPC를 만들기 이전이었다.

그 때문에 동일인 대출한도를 넘어 대출한 것만 처벌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