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 이후 생산기지를 한국으로 옮기려는 일본 기업의 투자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와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광양 부산 · 진해 인천송도 동해시 등에는 안전한 생산기지를 확보하려는 일본 기업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진 이후 한국 투자를 적극 추진 중인 일본 기업은 200곳에 이른다. 대부분 정밀기계와 부품 · 소재를 생산하는 중견기업으로 자연재해에 노출되지 말아야 하고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회사들이다.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은 최근 일본 기업으로부터 30건 이상의 입주 문의를 받았다. 일본 오사카에서 정밀공작기계를 생산하는 엘티아이는 지난 3월 율촌자유무역지역에 600만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14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후쿠시마 지역에서 선박통신 제품을 생산하는 한 일본 기업도 부산 미음산단 내 외국인전용공단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상태다. 강원도 동해시는 11개 일본 기업과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동해시 관계자는 "곧 100여개 일본 기업들이 동해시를 찾아 투자후보지를 둘러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들의 투자문의가 늘자 지자체들도 전담팀을 두고 일본 기업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인천시와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달 일본 기업 유치를 전담할 '일본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기업들이 한국 내 투자를 늘리려는 것은 지진과 쓰나미 등 자연재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원전 사고 장기화에 따른 전력난을 피하기 위해서다. 일본 기업의 해외 투자국 중에서 거리가 가깝고 수요 기업이 많은 한국은 최우선 후보지다.

KOTRA 일본지역본부는 올해 한국 투자를 구체적으로 추진 중인 도쿄 인근 기업이 20여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 한국 내 투자 기업에 비해 50% 늘어난 수치다. 조계권 KOTRA 도쿄무역관 과장은 "올해 투자유치 금액이 도쿄지역만 따져도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1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으로 공장 이전을 검토하는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부품 · 소재 중견기업"이라며 "한국 산업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광주=최성국 기자/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