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이 몰려온다] "日은 불안"…한국, 글로벌 부품 공급망 중심 軸으로 급부상
"광양 일대를 둘러보니 물류 철강 석유화학산업이 몰려 있네요. 광양항을 이용하면 관세혜택을 받는 데다 일본에 없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한국이 추진하고 있다니 투자 후보지로서 휼륭합니다. "

지난 13일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의 초청으로 투자처를 물색하기 위해 방한한 일본 오사카지역 기업인 30여명은 "투자입지로 손색이 없다"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들은 일본 대지진으로 산업시설의 피해를 우려해서인지 지반의 뒤틀림 현상 등 안전성을 주의깊게 관찰했다. 철판필름코팅 제품을 생산하는 라미네이트공업의 마쓰라 이사오 사장은 "광양을 해외 수출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투자계획을 확정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겪은 일본 기업인들의 한국 내 투자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지진 안전지대 한국에 투자 관심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에는 30여건의 입주 문의가 들어와 있다. 주로 오사카 등 태평양 연안지역의 기계 · 자동차부품 업체들이다. 지난 3월 율촌자유무역지역에 600만달러를 투자한 정밀공작기계 업체인 엘티아이는 14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엘티아이 관계자는 "광양항 등이 있어 투자입지 여건이 좋은 데다 지진 안전지대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 기업인들을 인솔하고 온 도테모토시 세쓰스이토신용금고 이사장은 "한국은 지진 등 재해의 안전지대인 데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일본 기업인들의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부산 · 진해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는 최근 일본 후쿠시마 지역의 선박통신업체와 미음산단 내 외국인전용공단 입주를 협의 중이다. 일본의 한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와는 미음산단 입주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내달 맺는다. 하명근 부산 · 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은 "일본 대지진 이후 공장부지를 물색하는 일본 기업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25일 일본 도쿄 자인일렉트로닉스를 방문,일본 반도체벤처협회(JASVA)와 '투자유치 지원 및 경제교류 협력 등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전담팀 갖추고 일본 투자유치 활동

광양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달 일본기업 유치를 전담할 '일본TF팀'을 구성했다. 이달 한 달 동안 일본에 직원들을 파견해 일본능률협회 등 경제단체와 기업 등을 접촉하고 있다. 광양경제청 관계자는 "대지진 사태가 일본 기업들의 공장 해외이전을 촉진시킬 것으로 본다"며 "이전 대상지는 주로 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천시는 지난달 인천상의 등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이승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신성장산업유치과장은 "최근 일본 자동차 부품 및 소재 제조업체들이 투자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시는 조만간 일본 내 유치대상 자동차부품 업체 100개사를 선정해 튜자유치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 일본 대신 한국에 부품 주문

여기에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부품업체들에 발주물량을 늘리면서 한국이 부품생산의 글로벌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부품회사들의 생산 감소 탓에 당장 부족해진 부품 공급 루트를 한국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일본 부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국 부품업체들에 문의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부품,전자부품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종들이 특히 수혜를 입고 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연성회로기판(FPCB) 업체인 인터플렉스는 미국 모토로라,캐나다 림(RIM) 등 휴대폰 제조사들로부터 공급 물량을 늘려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연성회로기판 세계 1위 업체인 일본 맥트론이 지진피해로 생산차질을 빚고 있는 탓이다. 2차전지용 일렉포일(얇은 구리판)을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에도 글로벌 2차전지업체들의 공급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최병원 스틱인베스트먼트 사장은 "국내 부품업체들의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는 전자 · 자동차 업종의 경우 한국이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광주=최성국/인천=김인완/박영태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