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노조에 늘 끌려다녀…오죽하면 관리직이 공장 돌릴까"
유시영 유성기업 사장(63 · 사진)은 25일 오후 충남 아산공장의 피스톤링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었다. "잠은 좀 주무셨나요"라고 인사하자 "공장으로 들어오니 더 잠이 안와 한잠도 못잤습니다"라고 했다. 국내 자동차산업을 '올스톱' 위기로 몰아넣었던 7일간의 노조 불법 파업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표정이었다. 유 사장은 유홍우 유성기업 창업자이자 명예회장(89)의 장남으로 1988년 경영을 맡았다.

◆"노조 막무가내 요구에 쫓겨다녔다"

유 사장은 공권력 투입으로 가까스로 해결된 노조의 불법 점거 파업과 직장폐쇄가 빚어진 이유를 묻자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그는 "노조가 라인을 담보로 여러 가지를 요구하면 회사로서는 양보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이 같은 방식으로 지금까지 회사가 돌아갔으니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우리는 항상 쫓겨나고 들어주는 입장이었다"고도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법과 원칙이 통하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대답했다. "이번에 조속히 상황이 마무리돼서 정말 다행"이라며 "자칫하면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자동차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성기업은 7일간 생산차질로 부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한 탓에 시간당 18억원의 페널티를 자동차업체에 물어야 한다. 액수만 지금까지 총 1200억원이다. 유 사장은 "그(페널티)보다 지금은 밀린 주문물량을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들도 일단 부품 생산과 공급에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에 아직 별 말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나중에 사정이라도 해서 해결해야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유 사장은 "직장폐쇄는 공장이 정상화되면 풀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폐쇄는 생산라인이라도 계속 돌릴 수 있도록 내린 조치였다"며 "노조원들이 파업을 하니 관리자들이 대신 들어가서 일하도록 해야겠다는 순수한 의도에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사장은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며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져 송구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억지 노조에 늘 끌려다녀…오죽하면 관리직이 공장 돌릴까"

◆노조는 파업하고 관리직은 비상근무

공장 안에서는 관리직원 100여명과 충북 영동 공장에서 지원나온 20명 등 120여명이 부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보통 때였다면 320명이 일해야 하는 물량이라 경찰이 노조원을 해산시킨 24일 밤부터 쉴틈 없이 비상 근무하고 있다. 기계를 다루는 관리직 직원들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오일링 생산라인에선 작업복 차림의 직원들이 절삭기와 코일링 기계를 바삐 돌렸다.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피스톤링은 톱링(압축링),세컨드링(제2압축링),오일링으로 이뤄진다. 한 직원은 "노조 조합원들이 부분파업과 태업을 수없이 많이 해 관리자들이 대신 기계를 돌리는 일이 많았다"며 "관리자들의 기계 돌리는 실력이 모두 수준급이고 못 돌리는 기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톱링 생산부서에서 만난 한 직원은 "열흘 전에는 야유회를 간다며 생산직 근로자들이 모두 공장을 비워 관리직들이 새벽 6시에 출근해 다음날 5시까지 일했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틈만 나면 탈의실 가서 쉬고 얼마전에는 아예 탈의실에 에어컨과 히터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며 "일부 불성실한 노조원 때문에 다른 직원과 관리직원들만 고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상 근무하는 직원들은 경찰 병력이 24일 밤 10시쯤 철수한 뒤 노조원들이 들이닥칠까봐 잠을 못잤다고 했다. 정이균 관리노무담당 상무는 "일부 직원들은 조합원들로부터 협박문자를 받기도 했다" 고 설명했다. 이기봉 공장장은 "현재 가동률은 30% 선으로 120명의 직원을 전체 공장 중 급한 라인에 투입했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선 정상가동 때 하루 24만여개의 피스톤링을 생산했으나 지금은 채 7만여개밖에 못 만들고 있다.

공장 밖에선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 병력이 공장을 에워싸고 있었고 강제 해산당한 노조원들이 모여 있었다.

아산=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