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 한나라당 의원(52 · 부천 소사 · 사진)의 한 컷 만화가 여의도 정가에서 화제다.

차 의원은 지난 3월 말부터'차명진의 의정단상'이란 제목으로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뛰어난 솜씨로 네티즌과 정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작품 주제는 의정생활 중 느끼는 단상과 일상생활에서 벌어진 소소한 일들이다. 당 최고위원회 모습이나 재보선 결과에 대한 해석,어버이날 느낀 점,아내와 자장면에 얽힌 추억 등이다. 차 의원은 이를 원고지 2~3장짜리 짧은 글로 정리하고 이를 보여주는 한 컷 만화를 그리는데 그 솜씨가 전문가 수준이라는 게 주위의 평가다.

유영숙 환경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하루 앞둔 지난 23일엔 배나무 밑에 서 있는 선비를 그려놓고'후보자는 훌륭한 여성 과학자다. 스펙도 뛰어나다. 그래도 찜찜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비난받는 가장 큰 이유는'고 · 소 · 영' 내각 때문인데 유 후보자는 소망교회를 다녔다. 거액의 십일조도 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맨 꼴이다. 내일 청문회 어떡할까?'라고 썼다.

언제 이런 솜씨를 익혔을까. 차 의원은 "어렸을 때부터 심심풀이로 낙서하듯 만화를 그렸는데 대학(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후 재야 노동운동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많이 해 솜씨가 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 의원은 1986년부터 10여년간 노동운동을 하면서'최강노(최고로 강한 노동자)'란 필명으로 민청련(민주화운동청년연합) 기관지에 '두껍이'란 제목으로 4컷짜리 시사만평을 그렸다. 터치나 구도가 거칠었으나 시사 흐름을 잡아주는 능력이 뛰어나 다른 민중당 기관지나 재야 출간물에서도 의뢰가 많이 들어왔다고 했다.

차 의원은 1996년 15대 국회 때 김문수 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하면서 만화 그리기를 중단했다. 그러다 최근 "국민들과의 정서적 교감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페이스북용으로 만평을 다시 시작한 것.3월 말 이후 시간날 때마다 그려 20건 이상 올렸고,4월에만 15건을 그렸다. 차 의원은 "민감한 주제일 때는 보좌진이나 집에서 말려 못 올릴 때도 있다"면서 "나중에 책으로 엮어 출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