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경제가 일정 기간 동안 생산한 총생산에 수입을 더하고 수출을 뺀 것이 그 나라가 그 기간에 사용하는 물자의 총량이다. 사용 용도는 민간 소비,민간 투자,그리고 정부 재정지출(정부 소비)의 3대 용도로 집계된다. 같은 기간의 총소득은 총생산과 일치하므로 저축은 총생산에서 민간 소비와 정부 소비를 빼고 남은 것이다.

만약 사후적으로 투자가 저축보다 더 크다면 총생산만으로는 물자수요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에 투자 빼기 저축,즉 '투자저축 갭 (investment savings gap)' 만큼 외국에서 순수입한 것이다. 반대의 경우에는 그 갭만큼 남아도는 총생산을 해외에 순수출한 것이다. 그러므로 '투자저축 갭'은 항상 경상수지 적자와 일치한다.

저축 능력 이상으로 개발투자를 감행하는 개도국의 '투자저축 갭'은 플러스이므로 그 경상수지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나라도 1960~1970년대 개발기에는 지속적 경상수지 적자로 개발투자를 뒷받침해 왔다. 그런데 '투자저축 갭'이 수량적으로 바로 경상수지 적자와 일치한다는 관계를 근거 삼아서 모든 경상수지 적자의 이유가 과다한 투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면 잘못이다. 투자가 부진하더라도 민간 소비나 정부 재정지출이 너무 많아 저축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저축이 부진한 투자보다도 더 작아지면 역시 경상수지는 적자로 나타난다.

미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의 비율은 경상수지가 흑자이던 1960~1970년대에는 평균 11.3%였으나 적자 전환 이후 1980~1990년대에는 9%로 떨어졌고, 2000년대 초반에는 7.9%로 낮아지는 등 투자는 상대적으로 줄었는데 경상수지 적자 기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민간 소비와 정부 소비가 크게 늘어서 저축이 투자보다 더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산업화 이후의 한국은 여러 해에 걸쳐서 재정흑자와 경상수지 흑자를 동시에 이루면서도 투자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0%를 훨씬 넘는 29% 수준을 유지해 오고 있다. 이 사례를 보더라도 투자를 많이 한다고 경상수지가 적자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저축 갭'이 수치적으로는 경상수지 적자와 일치하지만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경상수지가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설명은 잘못된 것이다. 투자가 증가해도 저축이 함께 증가하면,즉 민간 소비나 정부 소비가 상대적으로 충분히 감소하면 경상수지는 얼마든지 흑자로 실현될 수 있다.

이승훈 < 서울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