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수네 아빠 회사는 '위험 수당'을 줬다면서?"

최근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주재원 가족들 사이에서는 '위험수당'이 화제가 됐다. 어느 기업이 주재원들에게 지진 피해에 대한 위로금 형식으로 별도의 돈을 지급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부 수사대'가 가동됐다.

금세 국내 기업의 이름이 파악됐다. LG그룹이었다. 곧바로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실상은 조금 달랐다. LG그룹 관계자는 "일본에 나가 있는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LG디스플레이가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간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들 사이의 형평성을 고려해 항공료를 따로 주지 않고 10만엔(130만원)씩을 일괄 지급한 것이 와전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에 대지진과 쓰나미가 덮쳤던 지난 3월에는 한때 '전용기'가 한국 주재원들 사이에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국내의 한 기업이 주재원 가족들의 귀국을 돕기 위해 그룹 회장의 전용기까지 띄웠다는 얘기가 퍼진 것이다. 일본 공항 사정상 전용기가 오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룹 최고 수뇌부의 발빠른 결단은 한동안 일본 주재원들 술자리에서 단골 안주가 됐다.

이런 얘기가 돌때마다 몇몇 주재원들은 상대적으로 기가 죽었다. 공무원이거나 일본과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의 직원들이 대표적이다. 내부지침으로 동요하지 말라는 지시가 떨어지기도 했다. 사실 보내 준다고 해도 안 가겠다는 가족들도 많았다. 회사의 사정도 이해가 됐다. 하지만 가장들의 가슴 한쪽은 왠지 짠했다.

국내 기업의 한 주재원은 "지진 이후에 한국 본사의 분위기나 반응에 약간 더 민감해 진 것이 사실"이라며 "돈 몇푼이 문제가 아니라 본국에서 우리를 신경써주고 있다는 데 감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진이 터진 이후 가족들을 한국에 보낸 주재원들이 늘면서 '한총련'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한시적인 총각 연합'이라는 뜻을 담은 우스갯소리다. 저녁 술자리에서는 구체적인 '한총련' 강령도 하달된다. '괜히 아카사카 등 유흥가를 어슬렁대지 말 것,정열을 쏟을 수 있는 취미를 하나씩 발굴할 것….'선배 한총련 멤버들이 몸으로 겪은 지침들이다.

국내 기업의 한 일본 주재원은 "지진 이후 다른 기업들의 색다른 동향이 파악될 때마다 정보 보고 형식으로 매번 한국에 전달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어떻게 해달라는 얘기는 못한다"고 했다. 자칫 엄살로 보여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요즘 일본 주재원 사이에서는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재정립되고 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