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치솟는 서울 핵심상권] "명동·청담동에 점포 열어야 고급 브랜드"…사활 건 입점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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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좋은 곳 패션·화장품·식음료 업체가 점령
은행·음식점 임대료 감당 못해 2~3층 밀려나
은행·음식점 임대료 감당 못해 2~3층 밀려나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핵심 상권 1층에 자리잡은 은행지점은 기업은행 강남지점 한 곳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은행 대부분이 1층에 지점을 두고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은행들이 철수한 곳에는 패션 식음료 화장품업체의 브랜드점들이 대신 들어서 있다.
◆브랜드 전쟁이 땅값 밀어 올려
핵심 가두상권 땅값 급등세는 브랜드점 설립 경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대기업들은 새 브랜드를 홍보하려고 핵심 가두상권에 브랜드점을 연다. 광고 효과가 큰 까닭이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핵심 가두상권에 점포가 없으면 소비자들이 고급 브랜드로 인식하지 않는다"며 "국내외 기업 모두 신규 브랜드를 내놓을 때 핵심 가두상권에 맨 먼저 점포를 연다"고 말했다.
이런 영향으로 임대료가 급등하고 땅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점포 개설을 위해 직접 매수에 나서면서 땅값 상승곡선이 더 가팔라지는 추세다. 서울 청담동 한남동 삼청동 등에선 LG패션 신세계 금강제화 등이 땅을 매입하면서 최근 땅값이 크게 올랐다.
대기업 계열 패션업체 관계자는 "핵심 가두상권은 희소성 탓에 땅값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지 않는다"며 "땅값이 오르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상가를 사들인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국내외 업체의 브랜드점 개설이 러시를 이루면서 매매 · 임대수요가 늘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수익성 부동산 열기도 한몫
거액 자산가들의 핵심 가두상권에 대한 애착도 가격을 밀어올리는 요인이라고 금융권 PB(프리이빗 뱅커)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외환위기 등 외부 충격으로 일시적으로 떨어진 적이 있지만 줄곧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막대한 부를 안겨준 까닭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매도자를 찾기가 어렵다. 반면 최근 수익형 부동산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핵심 가두상권 내 건물을 사들이려는 자산가들이 늘어 수요초과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PB는 "자산가들 중에는 강남에 건물 한 채는 갖고 있어야 행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PB도 "손해볼 가능성이 작은 지역의 상가나 점포를 꾸준히 사모으는 중견 기업가와 대기업 오너들이 제법 있다"고 전했다.
◆가격 꺾이기 어려울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핵심 가두상권 지역 땅값이 쉽게 꺾이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상권이 양극화되면서 희소가치가 높아져서다. 브랜드 시대가 도래하면서 핵심 가두상권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근거다. 요즘은 한 기업에서 여러 브랜드를 쏟아내고 있어 브랜드점 수요도 풍부한 편이다.
물론 핵심 가두상권 땅값도 부침을 겪기도 한다.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는 임대료가 지나치게 비싼 탓에 임차인들이 떠나면서 상권이 급속도로 위축됐다.
외국계 부동산컨설팅업체 관계자는 "가로수길 등에 최근 대기업 계열 브랜드점이 입점하면서 임대료가 급등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로데오거리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조성근/심은지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