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부가 100달러짜리 위조지폐인 '슈퍼노트'를 유통시키는 과정에서 고위 외교관 등을 활용하는 등 위조지폐 생산을 전반적으로 조직·감독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14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선임자문관을 지낸 데이비드 애셔 말을 인용해 북한의 엘리트 계층이 은행과 도박장 등에서 슈퍼노트를 넘기는 모습을 사진을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미 재무부 산하 조직으로 백악관의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검찰국(SS)도 2002년 봄 북한 정부와 고위 외교관들과 국영 무역회사 직원들을 통해 범죄조직 등에 슈퍼노트를 유통시킨 것으로 보고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애셔 전 선임자문관은 올해 초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인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SS는 북한 정부가 슈퍼노트의 디자인과 제조, 유통 과정을 조직하고 감독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는 등 북한이 1980년대 후반부터 슈퍼노트 생산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됐다"고 보고했다.

그는 또 미 연방 워싱턴D.C. 법원도 다량의 슈퍼노트가 북한 정부의 지원으로 북한 내부에서 제조됐으며 정부 당국자로 활동하는 북한인들이 전세계에서 위조지폐의 판매와 운송에 참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애셔 전 선임자문관은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북한 정권의 불법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조직한 '불법활동 방지구상'(AI)을 주도한 인물이다.

한편 이 방송은 1990년대 말 100만달러 규모의 슈퍼노트를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입수, 유럽에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는 션 갈랜드 전 북아일랜드 노동당 당수에 대한 아일랜드 법원의 사전심리가 내달 재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cho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