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어렸을 때 꿈은 국가대표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일곱 살 때 머릿속은 온통 축구 생각으로 가득했다. 필자의 방은 당시 활약하던 선수의 사진들로 도배돼 있었다. 어릴 적 그 꿈을 결국 이루지는 못했지만 K리그와 리버풀 구단의 자랑스러운 스폰서로서 며칠 전 두 명의 축구 영웅과 영광스러운 시간을 가졌다. 홍명보 한국 올림픽축구대표 감독,리버풀의 득점 기록 보유자인 이안 러시와 저녁식사를 함께 한 것이다. 우리는 2002년 한 · 일 월드컵 신화와 리버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FA컵,잉글랜드 리그 우승 당시의 감동을 떠올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나눴다.

그 자리에서 전설적인 두 영웅이 공통적으로 꼽은 성공 요인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팀워크'다. 특히 이안 러시가 본인이 직접 지켜본 유벤투스 시절 슈퍼스타들의 '나홀로' 플레이 스타일과 1970~1980년대 기록적 승리를 거듭했던 리버풀의 성과를 비교한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 리버풀이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며 잉글랜드 축구 역사 최고의 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개인기가 뛰어난 소위 '슈퍼스타' 때문이 아니라 뿌리 깊고 단단한 결속력으로 무장된 팀워크 덕분이라는 것이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필드의 진리는 단지 스포츠의 세계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팀워크는 회사의 생산성과 수익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마라도나 같이 혼자서 그라운드를 장악하는 한 명의 스타 플레이어보다는,각자의 장점을 살리고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팀워크를 극대화하는 조직이 훨씬 성장 잠재력이 크다. 혼자서 튀려는 개인보다는 조직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화합과 소통에 힘쓰며 상생과 협력을 추구하는 인재가 환영받는 이유다.

국가라는 거대 조직에서도 팀워크는 중요하다. 특히 한국인의 결집력은 그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다. 2008년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 당시 필자는 세 아들과 함께 기름띠 제거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태안에 갔다가 이를 몸소 체험했다. 현장에 내려갈 때는 직장동료들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놀랍게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 물결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의 현대사는 팀워크를 통해 역경을 극복하고 이루어 낸 것이다. 천연자원도 없이 분단과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불사조처럼 세계의 주요 경제 국가로 발돋움한 한국은 존경과 경탄의 대상이다. 우리는 한국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1997년과 2008년의 경제위기 극복 과정 및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들의 멋지고 경이적인 응원을 통해 볼 수 있었다.

한국의 진정한 힘은 놀랄 만한 팀워크에 있다. 한 사람의 거주자이자 비즈니스 리더로서 이처럼 가슴 설레는 나라에서 살고 있기에 가슴이 뿌듯하다.

리차드 힐 < SC제일은행장 Richard.Hill@s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