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군에 의해 사살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조직의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사이는 6년전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파키스탄 정보국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 6일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자와히리가 1988년 빈 라덴이 알카에다를 설립할 때부터 도움을 주었고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활동할 때도 함께 했지만 6년전부터는 빈 라덴을 소외시켰다고 말했다.

빈 라덴이 변방으로 밀려난 것은 더 이상 알케에다 활동을 지원할만한 자금이 없었던데다 조직 내의 인기도 예전과 같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둘은 약 6년 전부터 제 갈 길을 갔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빈 라덴이 조직에서 소외됐다고 가정하면 그가 최근 알카에다의 테러활동에 그다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파키스탄 당국의 평가도 설명이 된다.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이 파키스탄 영내에서 빈 라덴의 은신처를 찾아내 사살한 뒤 관련정보 부재에 대해 질책하자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빈 라덴과 자와히리가 갈라섰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테러조직 관계자는 "두사람이 갈라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정보 보고서에서 그런 내용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정보 분야의 또다른 미국 정부 관계자는 빈 라덴이 자금문제로 곤경을 겪었다는 강력한 증거는 있었다고 말했다.

빈 라덴이 알카에다의 위대한 지도자로 군림하면서 일상적인 작전에는 크게 역할을 하지 않는 반면 자와히리는 알카에다의 이념가이자 작전 사령관으로 오랜기간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빈 라덴의 개인적인 자산과 아랍국가 내 부자들과의 친분관계는 80년대 초기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자헤딘이 활동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알카에다 지부가 납치 등으로 수백만달러씩 수입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불화가 사실이라면 빈 라덴이 파키스탄 아보타바드로 이주한 것도 설명이 된다.

빈 라덴이 은신했던 건물은 6년전 지어진 것으로 빈 라덴과 그 가족들은 약 5년전 이 건물로 이주했다고 파키스탄 관리들은 전했다.

관타나모 수용소의 재소자 심문 기록에 따르면 자와히리도 지난 2005년 5월 거주지를 옮겼다.

두 사람 간의 긴장은 2005년 미군의 이라크 공격 이후 이라크 내에 알카에다 새 지부가 창설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알카에다가 이라크내 시아파 교도를 무자비하게 공격하면서 이전까지 알카에다가 얻은 지역민심이 허물어져 버렸고 이를 둘러싸고 빈 라덴과 자와히리 간에 전략상 갈등이 노정됐다는 것이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satw@yna.co.kr